2008년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폭풍'이었다.
2007년 말부터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들어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 신도시와 지방까지 폭락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가격 폭락뿐만 아니라 종부세 논란, 잇따른 규제 완화책, 금리인하, 건설사 대주단 가입 등 여러 일들이 많았다.

15일 부동산정보업체 내집마련정보사는 2008년 부동산 10대 뉴스로 부동산 가격 '대폭락'을 첫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연거푸 쏟아지는 '부동산규제완화책' ▲사실상 종부세 유명무실 ▲청약시장의 양극화 ▲역대 최저치 '금리 인하' ▲상반기 전세난, 하반기 역전세난 ▲소형 아파트 인기 ▲오피스텔 인기 ▲몰래하는 '깜깜이 분양' ▲윈윈(win-win)효과? '대주단' 등을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부동산 가격 "대폭락"

2008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면 단연 '부동산 가격 대폭락'이라 할 수 있다. 잇따른 규제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20일 장기보유 1주택자 특별공제 등의 대책에 이어 부동산규제완화책을 연거푸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살아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실물경기까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2년 새 반토막이 돼버렸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에는 잇따른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한 달 새 2억원 이상이 떨어지는 곳도 나타났다. 그 외 과거 인기 지역이었던 목동, 분당과 용인 등의 버블세븐 집값도 쉴새없이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연거푸 쏟아지는 '부동산규제완화책'

올해는 부동산규제완화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책이 발표됐다. 새정부 출범 이후 세제 개편안을 포함해 굵직굵직한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11차례나 발표했다.

가장 먼저 3월 20일 '장기보유 1주택자 특별공제'의 세금정책이 나왔고, 이어 5월 17일 '지방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면제', 그리고 6월 11일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 6월 30일 '신혼부부용 주택 특별공급', 8월 21일 수도권 전매제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신도시 확대 등의 부동산규제완화, 9월 1일 '부동산 세제 개편', 9월 19일 '서민주택 공급 확대', 9월 23일 '종합부동산세개편', 10월21일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11월 3일 재건축 규제 완화와 강남 3개를 제외한 서울, 수도권 투기지역 전면 해제 등을 골자로 한 '11.3부동산 규제완화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 5일 1가구 다주택자 2년간 양도세 중과 면제 등의 '세금 완화책'을 내놨다.

이렇게 정부는 부동산 거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무려 11차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질 않고 있다.

종부세 유명무실화

정부가 세금완화책에서도 2년간 한시 양도세 인하 등 각종 세책을 내놓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종부세'다. 종합부동산세가 주택분 과세기준을 6억원으로 유지하는 대신 1가구 1주택자 단독명의인 경우 3억원의 기초공제를 제공하고 과표와 세율도 인하된다.

현행 1∼3%인 세율은 0.5∼2%로 하락하고, 공시가격 기준으로 6억원 이하는 0.5%, 12억원 이하는 0.75%, 50억원 이하는 1.0%, 94억원 이하는 1.5%, 94억원 초과는 2%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대폭 줄고 세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종합부동산세제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청약시장의 양극화

유난히 올해는 청약시장에 양극화가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인기 지역은 청약자들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반면 그 외 대부분 지역은 미달 사태는 물론 '제로' 청약률을 보인 지역도 많았다. 청약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지역은 단연 광교신도시. 청약자들의 올해 최대 관심 분양이었던 만큼 청약경쟁률은 최고 224대 1을 기록해 경제 한파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모습을 보였다. 그 외 청약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청라지구 및 송도신도시, 그리고 용인 흥덕지구도 인기 지역으로 꼽히면서 청약가점이 평균 60점 이상을 상회했다.

역대 최저치 '금리 인하'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11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4.00%에서 3.00%로 1.00%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또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현행 연 2.25%에서 1.75%로 낮췄다. 한은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0월 9일 5.0%로 내린데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4.25%로 0.75%p나 파격적으로 인하했고 지난달 7일에는 4.00%로 낮췄다.

기준금리 3.00%는 역대 최저치인 3.25%(2004년 11월11일)보다 0.25%p 낮은 것이다. 한은은 보통 0.25%p씩 서서히 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이 아닐 수 없다.

상반기 전세난, 하반기 역전세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 올해 하나의 특징이다. 상반기에는 재개발 뉴타운 등으로 인해 이주 수요가 갑자기 크게 증가하면서 강북집값이 크게 올랐다. 그리고는 전세 물량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전세난이 크게 심화됐다. 이는 전세값 상승은 물론 강북 등 저평가돼 있는 지역 중심으로 소형 아파트값까지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면 하반기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단지 아파트들이 입주를 하면서 매물은 물론 전세 매물이 남아도는 역전세난이 벌어졌다. 경기침체가 더욱 심해지면서 역전세난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확산이 됐고, 세입자조차 찾기 어려워 전세값이 바닥을 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증금을 깎아주면서 세입자를 찾거나 전세금 보증금이 없어 집주인이 오히려 대출을 받아서 보증금을 반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소형 아파트 인기

일반적으로 최대 인기 주택 면적은 100㎡다. 그리고 중대형 아파트가 시세차익이 높아 소형보다는 중대형 아파트가 투자자들에게 인기였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중대형 아파트의 투자금액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중대형보다는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 또 소형 아파트 공급 물량 부족으로 인해 소형 일반 아파트값의 상승률이 컸다. 특히 강북권의 소형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컸다. 이는 재개발 뉴타운 등으로 인한 이주 수요 증가와 소형 아파트 공급 부족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일반 아파트는 물론 청약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들은 대거 미달사태를 보였지만, 소형 아파트의 경우에 청약에 대거 몰렸다.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꼽히는 오피스텔이 올해 인기를 끌었던 것도 하나의 영향이다.

오피스텔 인기

올해 가장 인기 상품을 꼽는다면 '오피스텔'이다.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은 수익형 상품으로 꾸준한 임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불황기일 때 인기를 끈다.

특히 올해에는 소형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인해 오피스텔의 인기가 더욱 높았다. 올해 오피스텔 가격은 전국 평균 6.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보다 2.9%p 높아진 수치다. 서울은 8.2%, 경기도는 5.7% 값이 올랐다. 일반 오피스텔 뿐만 아니라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오피스텔 인기는 단연 돋보였다.

송도에서 분양된 포스코건설의 커낼워크는 445실 모집에 8만4591건이 청약, 평균 19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83.4~92.7㎡ 126실에는 5만9869명이 신청해 47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역시 포스코건설이 9월 송도에 공급한 센트로드(263실)도 129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몰래하는 '깜깜이 분양'

올해에는 건설업계에서는 '깜깜이 분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청약시장 양극화로 인해 인기저역에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청약접수 일정을 넘긴 후 나중에 무순위를 대상으로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모델하우스 비공개는 물론 분양 일정 등 분양 상품에 대해서도 일제 홍보하지 않으면서 일부 홍보 비용도 절감이 된다. 건설업체들에게는 극심한 분양시장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책이었지만 이는 청약가점제에 따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청약절차를 따르지 않는 엄연한 편법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깜깜이 분양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넘쳐 아파트 분양 시장이 극도의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체는 선착순 분양을 할 경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일반 소비자도 청약통장 없이 좋은 조건의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깜깜이 분양은 수도권보다는 분양 시장 침체가 더욱 심한 지방에서 더 많이 이뤄졌다.

윈윈(win-win)효과? '대주단'

대주단이라는 것은 정부가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량 건설업체에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지난 4월에 대주단을 발족했다. 대주단이란 일명 채권단으로 건설업체들의 건설사업에 PF(Project finance) 대금을 대출해준 금융사들을 통틀어 묶어서 이른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대주단 가입에 꺼려하고 있다. 이유는 대주단에 가입하게 되면 금융사들이 기업의 재무구조 및 경영에도 직간접적으로 가입하게 될 것이 뻔하고, 또한 일반인들에게는 부도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별도로 지원 대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와 심각해지는 경기 침체로 인해 대주단 가입 신청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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