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이 유럽지역의 투자은행(IB)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우리금융지주는 가치가 많이 떨어진 미국의 지방은행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회사 현황 등을 소개한 뒤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에 나돌았던 러먼브라더스 인수설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대신 우리투자증권이 규모가 비슷하고 IB 업무에 특화된 유럽의 투자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미국 금융기관들이 부실 문제로 가치가 많이 하락한 현 상황이 "기회일 수도 있다"면서 미국 지방은행의 인수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미국의 지방 은행을 인수하고자 할 경우 부실 문제를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서는 몇 달간 실사를 해야 한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고통을 겪으면서 구조조정 등을 우리나라처럼 체험한 국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부실을 관리하는 것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미국 현지 은행인 우리 아메리카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미 예금보험공사(FDIC)의 평가에서 7개 부문에서 모두 최고등급을 받았다.

FDIC 평가에서 7개 부문에서 모두 최고등급을 받는 금융기관은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은행의 상품들이 고객에게 매력이 없어져 펀드나 주식으로 돈이 많이 흘러가고, 전통적인 은행의 수익은 줄어드는 등 은행들이 국내 영업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 의사를 내비쳤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남아있는 지분 73% 중 23%는 올해 7%를 매각키로 계획돼 있는 등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해 나갈 계획이지만 나머지 50%를 어떻게 매각하느냐와 가격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외국자본이 우리금융의 지배주주가 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현재의 주가 수준도 투입된 공적자금을 감안할 때 낮기 때문에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당시 주가가 1만6천500원이었는데 여기에 이자와 기회비용 등을 포함하면 주가가 2만원은 넘어야 한다면서 주가(28일 종가 1만4천400원)가 회복되지 않으면 지분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는 작년 5월에 지분 5%를 매각할 당시 가격인 2만2천750원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으로, 그는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민영화가 우선이냐, 공적자금 회수가 먼저냐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선수들에게 영어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한국 선수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LPGA 후원에 더 많이 나서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금융도 LPGA 후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우리투자증권 주최로 열리는 `2008 우리 코리아 콘퍼런스'에 참석해 해외 투자자들과 첫 만남을 갖고 상반기 실적 및 회사 현황 등을 소개한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