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으로 대표되는 관료 출신들이 퇴조하면서 해외파들이 국내 대표 금융회사의 수장 자리를 속속 꿰차고 있다. 이들 해외파는 은행 증권을 넘어 보험 카드 자산운용은 물론 금융 공기업으로까지 영토를 확장,금융계의 세력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유성 리먼브러더스 한국대표가 산업은행장에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KB지주회사 회장에 뱅커스트러스트(BTC) 출신의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이 선임돼 BTC 출신의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파트너십을 이루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들의 얼굴이 외국계 출신으로 바뀌었다. 국민은행은 아예 카드와 투자금융(IB) 담당 부행장까지 BTC와 씨티 등 해외파로 교체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씨티은행 출신의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을 정점으로 임기영 IBK증권 사장,김병한 KB투자증권 사장,이찬근 하나IB증권 사장,이병호 KTB투자증권 사장,김기범 메리츠증권 사장,박광준 서울증권 부사장 등 BTC 도이치뱅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각 회사의 대표 얼굴로 부상했다.

자산운용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메릴린치 출신의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과 씨티 출신의 조재민 마이다스에셋 사장이 대표적이다. 카드업계도 씨티 출신의 장형덕 전 교보생명 사장이 올해 비씨카드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체이스맨해튼 출신의 김영종 비자코리아 사장과 함께 카드업계의 대표적 외국계 인맥을 형성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김손영 녹십자생명 사장이 체이스맨해튼 출신이다.

최근에는 대표적 공기업 경영 방만 사례로 지목받은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에 이수화 전 씨티은행 부행장이 선임되는 등 외국계 출신들의 약진이 금융 공기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