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못 보는 어려움을 딛고 세계 정상의 팝페라 가수로 우뚝 선 안드레아 보첼리(50).파바로티가 생전에 극찬할 정도로 축복받은 목소리를 가진 보첼리가 오는 22일 오후 8시30분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2000년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내한 무대를 꾸민 후 8년 만이다.

'보첼리'하면 그가 부른 노래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허물며 전세계에서 사랑받은 이 곡이 워낙 강하게 머리 속에도 각인됐기 때문이다.

보첼리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 자신도 이 곡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며 "이 곡이 인기 있는 이유는 마치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58년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태어난 그는 열두 살 때 시력을 잃었고 피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변호사 활동을 잠시 하다 전설적인 테너인 프랑코 코렐리의 문하생이 되면서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노래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내 손으로 레코드판 위에 바늘을 올려 놓을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항상 음반을 틀어 놓고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 가수가 되려고 결심했다기보다 사람들이 내게 노래를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산레모 가요제 우승을 계기로 이름을 알린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딛고 클래식과 팝페라 영역을 아우르며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파바로티가 개최한 '파바로티와 친구들' 무대에 출연해 지명도를 높인 뒤 여러 장의 클래식 음반과 크로스오버 앨범인 '로만차(Romanza)',팝음반 '꿈(Sogno)' 등을 냈다.

그동안 판매된 음반은 무려 6000만장에 이른다.

팝과 오페라 두 영역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그에게 두 장르의 차이가 있을까.

보첼리는 "오페라와 팝 음악은 마치 두 가지 다른 언어처럼 나누어질 수도 있지만 원래부터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며 "목소리를 통해 언어를 변화시키는 과정일 뿐이고,나는 테너인 동시에 팝 가수"라고 단정한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이탈리아의 전통이 담긴 오페라와 나폴리 민요를 들려줄 예정.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의 합창',푸치니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 등 대부분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곡들이다.

팝 가수 헤더 헤들리,소프라노 마리아 루이지아 보르시,바리톤 지안프랑코 몬트레소,지휘자 마르셀로 로타 등도 함께 온다.

보첼리는 "음악을 통해 내가 느꼈던 고요함과 평화,긍정적인 생각,강인함,기쁨 등의 여러 감정을 전하고 싶다"며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거나 힘들더라도 삶을 이어나갈 이유는 수백만 가지나 된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음악과 뮤지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