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우주선 발사의 긴박한 순간,카운트 다운을 담당한 직원이 뜬금없는 숫자들을 외친다. '1분30초,29초,3분 50초?' 개인 노트북으로 인터넷 다운로드를 받고 있던 직원이 오락가락하는 내려받기 속도 때문에 정작 중요한 우주선 카운트 다운을 잊고 있었던 것.

하나로텔레콤 하나포스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편에 나오는 한 장면으로 빠른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으면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코믹한 반전 못지 않게 이 광고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실제 NASA의 MCC(Mission Control Center)를 연상시킬 정도로 정교한 세트. NASA의 모습을 알 도리가 없어 영화 '아마겟돈' 속 장면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는데 일반 세트보다 10배가량 비싼 3억원을 들여 19일간 제작된 '작품'이다.

광고 제작을 맡은 대홍기획의 김형태 국장은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 않은 사실감을 느끼게 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MCC에 80여 대의 모니터를 설치하는 등 우주선이 발사되는 순간을 촬영한 MCC세트 내의 모든 기기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제작됐다.

공들인 흔적은 소품에서도 묻어난다. 노출 장면이 2초가 채 안됨에도 불구하고 600여 만원을 들여 우주복을 제작한 것. 김 국장은 "처음엔 NASA에 요청했는데 대여 비용이 최소 2000만원 이상인 데다 우주복을 관리할 미국 측 직원이 한국에 함께 와야 한다고 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급하게 국내 영화소품 전문업체에 수소문해서 한 벌을 구했고,이를 본 떠 600만원짜리 '진짜같은 가짜 우주복'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우주선이 발사될 찰나,MCC 안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자욱한 담배 연기를 스텝들이 쉴 새 없이 뿜어내 광고 모델들이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