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죽전 일대가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2만2000여세대가 모여 살고 있는 이 상권은 1999년 죽전택지개발지구로 지정,개발돼 왔으나 교통편과 기반시설의 부재로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03년 분당 오리역과 보정역이 생겨 이 상권을 관통하면서 서서히 상권의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한 것.

상권팽창과 함께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오는 3월에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이 들어서고 6월엔 단국대 캠퍼스 이전공사가 완료되기 때문.여기에 내년에 신분당선이 개통될 경우 서울 강남에서 판교를 거쳐 분당선 정자역까지 이어진다.

차로 한 시간 거리의 서울 양재역을 20분가량 빨리 진입할 수 있어 유동인구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죽전의 상업용지 비율이 전체면적(100여만평)의 6.8%로 인근 용인 동백지구(3.8%)나 파주 교하지구(0.8%)보다 훨씬 높아 상가의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확실한 차별화 전략 없는 창업은 주의해야 한다.

용인시 죽전 상권은 크게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분당선 오리역에서 43번 국도로 연결되는 안터사거리 상권과 죽전사거리에서 1km가량 떨어진 구(舊)죽전상권,단국대 캠퍼스가 들어설 아이파크몰 주변 상권이다.

세 곳 모두 죽전상권 내에 있지만 앞으로의 모습은 상권마다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안터사거리 상권은 우미,대우,벽산 등 대단위 아파트가 몰려 있어 서울로 출퇴근하기 적합한 '베드타운(bed town)형' 성격을 띠고 있다.

배후에 주거단지가 밀집돼 있어 상가 공급률이 높은 게 특징.대로변을 기준으로 상가 1층 10평은 보증금이 5000만원,월세는 150만∼20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상권 수요에 비해 상가 공급이 과다하다는 것이다.

대박을 기대하고 왔던 주변 상인들도 "이젠 아니다"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주거 단지가 밀집돼 있어 주로 먹는 장사이지만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망하기 십상이다.

공현정 '엄마집낙지' 사장은 "3년간 낙지요리를 전문적으로 해와 이 상권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며 "주로 주말 가족단위 고객을 대상으로 반짝 매출을 올려 하루 평균 13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은 신세계백화점 입점과 단국대 이전 등의 호재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조미숙 신세계부동산 대표는 "안터사거리 주변 상권은 주거밀집형이라 이들 호재로 유동인구가 이 곳까지 유입된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외식 소비는 분당,수지,강남으로 빠지고 유흥업소 등은 법 규제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 상권 팽창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구 죽전상권과 아이파크몰 주변 상권은 각각 신세계백화점과 단국대 캠퍼스가 들어설 곳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상권의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있다.

다만 아이파크몰 상권은 2종 근린 생활지구로 지정돼 있어 호프나 술집 같은 유흥업소는 들어서지 못하고 구 죽전상권은 상업 1지구로 지정,앞으로 각종 유흥업소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파크몰 상권에는 새로 들어선 가게도 많으나 주로 학원과 동네 주민을 상대로 한 대형 식당들이 많다.

용인은 아직 고등학교 비평준화 지역으로 용인외고 등 특목고 진학을 위한 학원들이 주로 자리잡고 있는 것.N학원 관계자는 "이 곳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단과 전문학원이 많이 생겨 단과반을 개설하지 못할 정도"라며 "현재 2개층을 사용하고 있고 보증금 3억원에 월세는 15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 곳에는 카페나 패스트푸드 가게는 거의 없고 주로 주말 장사를 하는 곳이 많다.

구 죽전상권은 지금도 장사가 짭짤한 곳이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곳에서 3년째 고깃집을 하는 점주는 "월 평균 2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다른 상권에서도 손님들이 건너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죽전역이 개통되면 매출이 더 뜰 게 분명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용인시 죽전 상권의 호재가 이어질 전망이긴 하나 아직은 신생 상권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상태다.

상가의 공급과잉으로 공실률이 높고 3개월마다 바뀌는 업종도 수두룩하다.

따라서 아무런 준비없이 죽전 상권에 들어왔다가는 곧 망해 나갈 수 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안터상권 대로변의 상가 건물 관리자인 신정기씨는 "작년에 1층 21평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을 호가했으나 현재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지만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작년 4월에 7층 건물이 완공됐는데 1년이 채 안 돼 공실률이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장성호·성선화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