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문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어 큰 걱정이다. 신행정수도 연구단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신행정수도 도시 기본구상 및 입지기준'에 따르면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회 사법부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 외에 외교공관까지 몽땅 옮겨가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아니라 '수도이전'이라고 해야 맞다. 수도이전은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장차 통일문제와도 연관시켜 봐야 할 실로 중요한 일이다. 이같이 중차대한 국가대사인 만큼 이를 추진하기 앞서 국민투표에 부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측은 대통령선거 공약사항으로 이미 검증을 받았는데 또다시 국민들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선거 당시에는 수많은 공약 중 하나일 뿐이었고 그 의미도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데다 각 당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 가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선거결과만 가지고 국민들이 '수도이전'에 동의했다고 풀이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게다가 수도이전은 재신임을 묻는 것과는 달리 구체적인 정책사안이어서 국민투표에 부치는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정 국민투표가 어렵다면 국회표결을 통해서라도 안보상황 재정형편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마땅하다. 이전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45조6천억원으로 늘어난 것도 문제다. 이전기관 수가 크게 늘어난 탓이라고 하지만, 작년 대선때 노무현 후보측에서 몇 조원이면 이전이 가능하다고 강변했던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선공약이라고 해서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추진할 경우, 과거 경부고속철도 공사나 새만금 간척사업처럼 엄청난 국고낭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국민생활이 극도로 피폐해진 점을 감안하면,수도이전의 타당성은 더욱 엄격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수도이전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행정수도를 반대하면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계속 불리해질 수 있다"고 발언한 모양이나, 수도이전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따져 결정할 성질의 사안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