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국제 R&D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국의 국가 R&D(연구개발) 시스템 전문가들을 초청,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가 R&D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김동철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시오자와 분로 일본 경제산업성 산업기술담당 부국장, 니컬러스 보노타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존 해클랜드 노르웨이 국가연구위원회(RCN) 국장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기술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 R&D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고령화 사회에서 노동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가 R&D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내용을 간추린다. [ 참석자 ] 김동철 <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원장 > 시오자와 분로 < 日 경제산업성 부국장 > 니컬러스 보노타스 < 美 조지워싱턴대 교수 > 존 해클랜드 < 노르웨이 국가연구위원회 국장 > ----------------------------------------------------------------- ◆ 김동철 ITEP 원장 =국가 R&D 시스템의 평가와 구축이 산업기술정책의 새로운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 '동북아 R&D 허브'를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내걸고 있다. R&D 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흐름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존 해클랜드 노르웨이 국가연구위원회 국장 =국가 R&D 프로젝트는 그 나라의 특성을 반영해 투자가 이뤄진다. 노르웨이는 석유산업 등 천연자원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유전개발 등의 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 덕택에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기술 및 산업경쟁력을 증진하기 위해 여러 정책수단도 동원하고 있다. 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세금감면이 그 사례의 하나다. 또 인력개발을 국가 혁신시스템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으며 교육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 시오자와 분로 일본 경제산업성 부국장 =일본은 기술개발투자 규모로는 세계 2위 수준이다. 민간 및 정부 기술개발 투자액이 연간 1백50억달러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3%에 해당한다. 정부 부문 R&D 투자의 75%는 대학에 배분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R&D 투자는 세계 2위이나 경쟁력은 17위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이 조사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 김 원장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어떤 새로운 대응방안을 내놨는가. ◆ 시오자와 부국장 =미국에서 시행된 적이 있는 '바이 돌(Bayh-Dole)법'을 도입해 혁신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돌'은 정부 지원을 받아 이뤄진 연구 결과물에 대해 대학 등 연구수행 기관이 지식재산권을 갖도록 하고 있는 미국의 수정 특허법이다. 국가 R&D 투자의 사업성을 높이고 민간의 기술개발을 자극하기 위해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대학의 기술을 민간기업 등 수요자에 이전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기술 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기관은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기업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지식재산권 보장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 주고 있다. ◆ 김 원장 =나라마다 국가기술개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국가 기술개발사업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 니컬러스 보노타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미국의 경우 백악관 내 OST(과학기술국)와 OMB(관리예산국)가 부처간에 연계된 사업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나노, BT(바이오기술), IT(정보기술) 등 첨단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인력 양성도 국가 기술개발 사업의 중요 부분중 하나다. ◆ 시오자와 부국장 =일본은 생명과학, IT, 친환경 생산 및 환경복원, 나노 기술 등을 4대 핵심 기술사업으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2001년에 과학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을 설립했다. 이곳에는 재무성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등 여러 정부 부처에서 7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세워 2005년까지 2백40억달러를 4대 신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R&D 사업 확대를 장기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 김 원장 =국가 R&D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평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R&D 사업을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절차 및 방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 보노타스 교수 =미국은 R&D 평가를 위해 오는 12월4일 대학, 정부, 기업 관련 인사들로 구성된 '워싱턴 R&D 평가 협의회(WREN)'를 개최할 예정이다. 백악관의 OMB가 예산배정을 위해 제시한 평가 항목을 어떻게 적용하고 운용할지가 논의의 관건이다. R&D 사업을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기보다는 그 나라와 기업들의 상황에 맞춰 차별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 해클랜드 국장 =R&D 평가의 기준은 기업의 혁신 역량을 촉진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데 맞춰져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혁신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리=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