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규제 졸업기준을 재무구조 우량그룹에서 지배구조 우량그룹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현재 부채비율 1백% 미만이면 출자총액 규제대상에서 제외시키던 것을 총수일가의 실제지분율과 행사 가능한 의결권과의 비율인 '대리인 비용지표'를 새 졸업기준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부채비율이 낮더라도 순환출자를 통해 문어발식 확장을 할 수 있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계속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폐지돼야 마땅할 출자총액 규제를 어떻게든 유지해보려는'꼼수'에 불과하다. 솔직히 말해 삼성그룹이 부채비율 1백%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고,LG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자 이들을 규제대상으로 계속 묶어 놓기 위한 '선수치기'라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백번 양보해 출자총액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공정위가 구상하고 있는 대리인 비용지표는 문제점 투성이다. 공정위 주장대로라면 대주주가 자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면 지배구조가 우량한 기업이라는 얘긴데 이는 그간의 정부정책과 전면 배치된다. 이런 논리라면 지난 수십년간 추진해 온 소유분산 장려책은 무엇이고,지주회사 정책은 또 무엇인가. 그렇다면 대주주가 지분을 1백%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지배구조 최우량 기업이고,대주주가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면에서 최악이란 말인가. 출자총액 규제는 세계에서 유일한 낡은 규제로서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주장이 경제계는 물론이고 공정위를 제외한 대다수 경제부처에서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그런데도 공정위는 또다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리인 비용지표를 도입해 이 제도를 무리하게 유지하려 해서는 안된다. 공정위는 이제 출자총액제도 같은 낡은 규제는 폐지하고,경쟁촉진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의 운영방향을 과감히 전환하기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