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기간에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행사해 `부도덕' 논란이 일고 있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웬만한 애널리스트보다 '고수'라는 평가가 증권가에서 나왔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27일 "김 행장이 지난해 8월 스톡옵션을 행사할 당시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이 하반기 국민은행의 주가가 8만∼9만원까지 상승한다고 예상했다고 하지만 지금 보면 사실상 차트가 무너지고 있었던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자사주 매입이 주가 하락을 받친 흔적이 역력하다"면서 "성공한 증권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 행장은 다른 애널리스트들보다 뛰어난 감각으로 하반기 증시 침체와 국민은행의 주가 하락을 점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기간중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주가는 더욱 급락세로 치달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지난해 8월초 5만2천원대였던 국민은행의 주가는 같은 달 말을 고비로 급락해 10월 중순 3만8천원까지 떨어졌다가 지금까지 횡보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날 장중 3만7천원대에 거래됐다. 김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 물량은 당일(8월6일) 거래량 200만주의 1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순매도 물량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충격이 컸으나 가격 하락 위험을 국민은행이 자사주 매입으로 커버했다. 감사원이 스톡옵션 행사의 도덕적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 국민은행은 "미리 공시를 했고 금감원 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증시의 다른 애널리스트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충분히 문제시 삼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공시만 했다고 면책이 된다면 앞으로 누구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스톡옵션을 마음껏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스톡옵션 행사 공시를 모든 주주들이 동시에 보진 못했을 것이기때문에 투자자 '기만'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