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에서 RNA로 바뀌는 전사과정을 조절함으로써 세포 내 특정 유전자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스위치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바이오벤처기업 툴젠(대표 김진수)은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으로, 특정 유전자에만 결합하는 '징크핑거(zinc finger)' 단백질을 이용해 유전자를 전등스위치처럼 조작할 수 있는 '진그립(GeneGrip)'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생명공학분야 최고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3월호에실릴 예정이다. '징크핑거'는 단백질 입체구조가 손가락 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연구진은 유전자스위치를 만들기 위해 인간 유전체에 존재하는 약 2천개의 `징크핑거' 단백질 가운데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에만 특이하게 결합하는 50여개를 골라냈다. 연구진은 이들 징크핑거를 모듈로 삼아 `DNA 결합단백질'을 만들고, 여기에 전사(轉寫)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전사조절인자'를 붙여 `인공 유전자스위치(진그립)'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인공 유전자스위치를 세포 내에 주입, 특정 유전자를 끄거나 켬으로써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암, 심혈관질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관세포성장인자(VEGF)'의 유전자 발현 조절은 물론 다른 질병의 유전자치료제나 세포치료제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툴젠은 이 기술을 세계 10개국에 특허 출원했으며, 국내외 생명공학회사와 기술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김진수 박사는 "인간과 동물은 물론 식물, 미생물의 유전자 조절에 광범위하게활용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라며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국내 기업체 논문으로는처음으로 네이처 바이오텍에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툴젠은 지난 2001년 미국서 열린 세계 신약개발기술회의에서 최우수기술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생명과학기술 국제회의에서`주목해야 할 아시아의 10개 생명과학 회사'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