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재계의 실질적인 수장이라는 명예와 함께 재계의 대표로 경제발전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임무도 떠안는다.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면서 마치 경제대통령이 된 것처럼 착각했다'라고 회고할 만큼 재계 최고봉의 자리다. 전경련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380여개 회원사를 대표하고 직원 130명여명인 전경련 사무국, 한국경제연구원, 전경련 국제경영원 등을 책임지지만 한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재벌 계열사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재계대표로 불리는데 아무런 손색이 없다. 특히 재벌그룹 총수들로 구성된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가끔 대통령이 경제5단체장과 회합할 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선임역할을 맡아 재계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해 전경련 회장은 `재계 총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재벌개혁을 추진함에 따라 전경련 회장은 이런 재벌개혁 드라이브에 맞서기도 하고 타협하면서 재계의 이해를 지켜야 하는 적지않은 부담은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 자리는 실속은 없이 봉사만 해야 하고 정부와 재계를 같이 상대하며 재계의 이익을 최대한 지켜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면서 "전경련 회장은 재계의 어른으로서 재계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초대회장으로 선임한 이후 이번 손길승 회장까지 모두 11명의 회장을 맞았다. 그러나 역대회장중 자신의 뜻에 의해 회장을 맡은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상당한 진통을 거친 끝에 새 회장이 선출됐다. 김각중 회장의 선친인 김용완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연임하지 않으려고 2개월간 이나 피해다녔으며 김각중 회장 역시 2년전 회장 추대회의 석상에 아예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전경련 회장은 이병철 회장(초대), 구자경 회장(18대)을 제외하고는 모두 2차례 이상 연임했다. 특히 김용완 회장과 정주영 회장은 무려 10년간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정 회장은 "81년 5공 권력이 전경련 회장직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전경련 회장은 회원들이 뽑는 것이지 권력이 임명하는 것은 아니라며 거절했다"고 훗날 회고하기도 했다. 역대 전경련 회장중 김우중 회장이 가장 불운한 회장으로 꼽힌다. 그는 김대중 정부들어 대우그룹이 파산되면서 중도퇴진했으며 아직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