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실시 이후 몇차례의 수가(의료행위의 가격) 인상으로 동네의원들은 큰 돈을 벌었습니다. 그래서 의원들의 진찰료를 내리려고 하는데 의사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 곤혹스럽네요."(보건복지부 관계자) 지난 22일 보건복지부가 동네의원의 진찰료를 낮추겠다는 내용의 의약분업안정화대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의사협회가 부당하다며 강력 반발했다. 지난 27일엔 과천종합청사 운동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이의 철회를 요구했다. 진찰료를 내리면 의원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게 의사협회의 주장이다. 이에 맞서 복지부도 진찰료인하의 당위성을 뒷받침해줄 자료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동네의원의 소득급증'(28일) '의원 진찰료 원가대비 고평가'(28일) '외래환자 급증으로 재정부담'(29일) '동네의원 과잉청구로 재정낭비'(30일) 등등. 한마디로 '의원들은 의약분업 이후 돈벌이가 좋아져 진찰료를 좀 내려도 괜찮다'는 속뜻이 담겨있는 듯 하다. 여기에 의사협회도 반박 자료를 연일 쏟아내 한치의 양보 없이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복지부의 대책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진찰료가 비싸다면 재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복지부가 너무 의사협회 등 이익단체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연내 시행한다는 '참조가격제'는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압력 등으로 대상 의약품이 대폭 축소됐다. 다음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약가재평가제'도 제약업계의 저항 등으로 도입시기가 12월로 연기된 상태다. 계속 추진중이라는 말만 되풀이되던 '최저 실거래가제'역시 시행시기가 상당 기간 늦춰졌었다. 의약분업을 강행해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으로 만든 '원죄(原罪)' 때문인가. 도대체 언제쯤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줄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2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같은 한국의 간판기업을 2개 팔아야 갚을 수 있는 액수다. 이 부채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복지부는 이제부터라도 이익단체들보다 국민들의 건강과 주머니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서욱진 사회부 기자 venture@hank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