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학생 선발권이 대학에 있다지만 일선 학교 사정을 무시하는것은 너무하지 않습니까"(D교교 L교사) 서울대가 이달초 "2005학년도 입시안(현재 고교1년생부터 해당)"을 내놓자 일선 고교 교사들의 불평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대 입시안의 골자는 고교 교과과정에서 전체 이수단위의 68%(1백30단위) 이상을 들어야 한다는것. 이 조건을 맞추려면 학생들은 종전 교육과정으로 배울때보다 인문계의 경우 수학2단위, 과학은 10단위만큼의 수업을, 자연계는 8단위의 사회 수업을 더 받아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일찍부터 예전처럼 인문.자연계로 구분돼 기초학문을 소홀히 할 학생들에게 폭넓은 지식을 익히도록 하는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실이다. S고교 K교사는 "서울대 인문계열에 들어가려면 학생들이 과학 16단위를 이수하기 위해 2년간 과학과목을 1주일에 4시간이상 더 들어야 하는 셈"이라며 "기초실력을 높인다는 명분은 좋지만 서울대의 기준에 맞게 이수과목 수를 조정하는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유영제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29일 '조그만 고교에선 과학 수업을 진행 할 교사가 부족해 이수 단위를 못 채울 우려가 있다"며 "이들 학교에 한해 과학 교과를 다른 과목으로 대체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수정 의사를 비쳤다. 유 본부장은 "일선 선생님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겠지만 '기초학력 저하 방지'라는 서울대의 입시원칙은 지킬 것"이라는 부연설명도 달았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수정안대로 보완되더라도 소규모 고교를 지정하는 기준이나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으로 대체할 것인가를 놓고 또다시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걱정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교육환경 속에서 세칭 "일류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서울대.우월적 지위를 내세운 공급자로서가 아닌 수요자인 학생의 편에 서서 현명한 입시 수정안을 내놓길 기대해본다. 이태명 사회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