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동부가 바쁘다. 주5일 근무제의 법제화를 위한 주변 정리작업을 하느라 방용석 장관부터 발벗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본부 과장·계장급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31일엔 30대 대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을 직접 만나 경영계의 협조를 주문했다. 방 장관은 앞으로도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자들을 만나 정부의 입법 당위성에 대한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너무 서두르는 것같다. 우선 노동부가 누누이 강조하는 '대세론'을 보자.노동부는 여론조사를 해보았더니 78%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나타내주는 숫자라고 토를 달았다. 근로자들 입장에서야 월급을 그대로 받으면서 토요일에 노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과가 뻔한 조사를 실시해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작위적으로 보인다. 주5일 근무제를 법제화하지 않을 경우 노사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도 구차하게 들린다. 지금 산업현장은 휴일문제로 다툴만큼 여유가 없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주5일 근무제 논의 자체를 '배부른 사람들의 쓸데 없는 논쟁'정도로 여긴다. 인천 남동공단 K산업의 이윤호 사장은 "삼복더위도 아랑곳없이 일해도 중국 등과 경쟁에서 버티기 힘든데 한가한 소리"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울산이나 창원 안산 등 이른바 강성노조들이 모여있는 지역에서도 주5일 근무제는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는 노동부가 왜 이렇게 서두를까. 아무래도 주5일 근무제 도입이 DJ의 집권약속이라는 것을 크게 의식하는 것같다. 주5일 근무제는 현재 많은 사업장에서 여러 형태로 시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냥 시간이 좀더 흐르면 시장과 여론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법제화돼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현 정권의 업적에 연연한 정부가 무리하게 서두를 경우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