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ceo@kab.co.kr 명동의 땅은 한 평에 1억원이 넘는다. 가히 금싸라기 땅이다. 이에 비해 산골짜기 땅은 청정한 임야라 해도 평당 기백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산골 땅에 갑자기 온천이라도 솟아나 유명 유원지가 되면 그 가치가 또 달라진다. 이처럼 땅은 그 소재하는 위치가 어디냐 또는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에 따라 그 가격은 천양지차다. 땅이 오지(奧地)에 위치하든 도심 한복판에 있든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보상을 요구한 적은 한번도 없다. 태초 이후 자신을 그저 대가없이 내주고 희생할 뿐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밟고 지나가지만 그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종속된 적은 없다. 사람들은 이윤창출의 미명으로 아름다운 원형을 함부로 파헤쳐 훼손하고 황폐화시키며 수도 없이 사고팔기를 거듭하면서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으나 땅은 그저 인내할 뿐 말이 없다. 땅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더불어 삶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며,종국에는 안식을 바라는 나를 품어줄 터전이다. 그리고 그것이 신의 창조목적에도 부합되고 땅과 인간이 상생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불모의 땅,난지도로 더 잘 알려졌던 쓰레기 매립장 상암동 일대. 한때 그 땅의 존재이유를 모독했고,할 수만 있다면 몇백원짜리 산골의 청정한 땅과 조건없이 맞바꾸고도 싶었던 곳이다. 그동안 거부할 수 없었던 서울시민에 대한 힘들었던 봉사임무를 모두 끝내고 마침내 월드컵 축구장으로,이름도 고운 하늘공원,평화의 공원으로 거듭났다. 그 명예가 깨끗이 회복되었고 환경재생의 장엄한 대승리의 현장이 된 것이다. 앞으로는 땅의 가치평가에 있어 위치와 용도 조건에다 그 땅의 오염여부와 생태보전 정도를 고려한 환경 조건이 추가돼야 할 것이다. 기름과 중금속으로 범벅이 된 땅과 청정한 땅과는 차별화돼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환경보존에 대한 공과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땅에 대한 존엄성을 최소한이나마 살려주는 길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