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생명 송기혁 사장(61). 30년째 금호에 몸담아 온 그가 동아생명과 통합한 금호생명의 경영 책임을 맡은지 28일로 꼭 2년이 된다. 송 사장에게 지난 2년 세월은 20년같이 느껴진 길고 힘든 기간이었다. 그래도 보람은 크다. 금호생명이 올해 4백2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 흑자 원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동아생명이 지난 73년 설립됐으니 29년만의 첫 흑자인 셈이다. 동아와 합병할 당시만 해도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생보사의 경영환경이 최악일 때였다.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보유계약에서 역마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수 역할을 맡았지만 정작 송 사장은 보험사에 근무한 경력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송 사장은 오히려 보험 비전문가라는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역발상 경영'인 셈이다. 가능하면 실무자들이 강조하는 보험사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직원에게 사고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보험사 경영도 기업을 이끌어가는 일반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게 그의 소신이었다. 송 사장이 빠른 시일내 기업을 정상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경영 시스템을 백지에서 다시 짰 덕이었다. 송 사장은 먼저 단시일내 양사 통합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면서 임직원의 의식을 개혁하는데 경영의 초점을 뒀다. 의기소침한 직원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야 했다. 금호출신 직원과 동아출신 직원이 짝을 맺으면 1천만원의 혼수품과 아시아나에서 제공하는 사이판 왕복 무료 항공권을 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동아 출신 임직원들이 피해 의식을 갖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썼다. 승진철에는 승진자 수를 맞출 정도로 배려했다. 전국 오지에 있는 영업점까지 찾아가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업무 변화에 적응할까를 고민하다 '독서 경영'을 도입했다. 회사에서 의식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선정하면 임직원들은 책을 읽고 난 후,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토론회를 갖는다. 송 사장 자신도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 요즘에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도전의 메시지를 전하는 '왜 요즘처럼 사는가(박천웅 저)'를 읽고 있다. 임직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모습을 확인한 송 사장은 본격적인 기업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합병 당시 2천여명이던 임직원수를 1천1백명으로 줄였다. 똑같은 구조의 보험사를 합쳤으니 인력을 정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3차례에 걸쳐 인력구조조정을 할 때마다 심적 갈등을 견디기 어려웠다. 새벽 1시, 2시까지 임직원과 이 문제를 토의하고 설득했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볼 때는 눈물을 훔쳐야 했다. 영업 조직 정비도 그가 풀어야 할 또다른 과제였다. 그는 고객에게 사탕따위를 돌리는 식의 구태의연한 보험영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했다. 영업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자질이 엿보이는 장기 근속자를 철저히 우대하는 정책을 폈다. 그는 설계사가 오랫동안 일하는 보험사는 그만큼 경쟁력을 갖춘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송 사장은 양사 통합전 1년 이상 근무하는 설계사 비중을 파악했더니 14%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2001 회계연도에 4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무턱대고 설계사를 뽑아서 연고 판매를 유도하는 식의 영업관행도 고치도록 했다. 당연히 설계사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통합 당시 9천명이던 설계사는 최근 5천명까지 감소했다.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신정보 시스템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오는 6월 이 시스템(e-Focus)이 완성되면 업무 효율성을 예전보다 2배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송 사장은 "당장 1백80억원이란 큰 돈이 들어가지만 일단 시스템이 완성되면 직원 1인당 연간 약 50시간의 업무시간 단축효과를 가져오고 7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 경영자의 덕목으로 '손익위주의 경영'을 꼽는다. 어려운 회사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사장이 손익 마인드를 임직원에 심어주고 이를 실천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이사대우 시절인 지난 84년 30억원의 누적손실을 안고 있는 금호섬유(단순 봉제업) 경영을 책임졌을 때도 똑같은 방법으로 회사를 살려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일본 미쓰이와 합작 설립한 금호미쓰이화학의 경영 책임을 맡은 직후인 98년에는 합작사의 지급보증을 통해 46억엔의 저리 차관을 들여와 이익기반을 닦기도 했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결하면 반드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게 오랜 기업 경영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할 수 있다. 송 사장은 금호생명이 흑자 기반을 구축했지만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자본을 댄 주주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할 정도의 돈을 벌어야 경영인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다. 어렵게 성장 기틀을 마련한 만큼 기업 가치를 더욱 높여가는데 힘쓰겠다는게 송기혁 사장의 다짐이며 비전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 < 약력 > 41년 전북 김제생 6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업 67년 국제관광공사 72년 금호그룹 입사 82년 금호실업 이사 88년 금호그룹 회장 부속실 상무 89년 금호 전무 95년 금호 해외총괄 부사장 97년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 사장 2000년 4월 금호생명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