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은행들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대출 수요가 떨어진 데다 안정성, 수익성 등에서 기업대출보다 유리한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와 가계대출의 부실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은행 전국 각 지역본부들에 따르면 부산지역(경남 김해.양산포함)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예금은행의 대출금 잔액은 23조2천691억원으로 전년말보다 25.2%나 증가했고 이 중 기업대출이 13조5천701억원(58.3%)으로 가계대출 9조2천892억원(41.7)보다 많았다. 그러나 기업대출은 연중 12.8% 늘어난데 비해 가계대출은 45.1%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경남은 은행 대출금 잔액이 15조7천76억원(기업대출 10조2천230억원, 가계대출 5조1천763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전년(3조9천3억원)과 견주어서 32.7%나크게 늘어났다. 또 대구.경북의 은행대출금 잔액은 26조7천679억원으로 연중 2조9천985억원(12.6%)이 늘어 전년(+12.9%)에 이어 두자리 수 증가세가 계속됐다. 더구나 가계대출은 전체의 31.9%(8조5천260억원)에 그쳤으나 증가세는 크게 확장(2000년 +21.5%→2001년 +39.2%)됐다. 반면 기업대출은 큰 폭(+10.2%→+3.4%)으로 위축됐다. 강원지역도 지난해 말 예금은행 가계대출이 2조2천656억원으로 전년보다 27.8% 늘어난데 비해 산업대출은 3조7천413억원으로 5.9% 증가에 그쳤다. 따라서 전체 대출액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 33.4%에서 37.7%로 높아졌고 산업대출 비중은 66.6%에서 62.3%로 낮아졌다. 광주.전남도 가계대출이 지난해 1년동안 3조8천억원이 늘었는가 하면 대전.충남은 가계대출이 대출금 잔액 15조3천790억원의 40.6%를 차지했고 제주도 가계대출 비중이 98년 27.6%에서 99년 28.1%, 2000년 30.2%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밖에 경기지역도 가계대출 잔액은 29조7천434억원으로 이 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99년말보다 2.2배 높았고 은행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은 99년말 41.0%에서 2001년말 53.3%로 대폭 상승했다. 특히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일부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지나치게 기피해 가계대출만 늘릴 경우 신용이 낮은 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될 우려가 있고 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대출의 부실가능성 등으로 은행여신의 건전성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대출도 어느정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가 곧 기업대출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와 관련,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 현상이 은행권과 가계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은행들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더 많이 취급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총액대출한도를 4조원 증액하고 대출금리도 0.5% 대폭 인하했다. 또 은행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과열현상을 진정시킬 방침이다. 한은 부산본부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증자 등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 기업의 자금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데다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금리는 높고 위험부담은 적어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충당금을 50%만 적립해도 되기 때문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데 유리한 것도 가계대출 급증의 한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영희.김효중.박상철.송형일.최찬흥기자 lyh9502@yna.co.kr kimhj@yna.co.kr pk3@yna.co.kr nicepen@yna.co.kr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