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용카드 총 사용액은 4백81조8천억원. 올해 정부예산(약 1백12조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이같은 카드시장의 급팽창은 내수 진작, 공평과세 실현, 신규산업 창출 등과 같은 순기능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카드시장의 갑작스런 성장은 신용불량자 양산, 과소비 조장 등과 같은 각종 부작용도 낳고 있다. 신용카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7가지 영향을 짚어본다. ◇ 내수진작의 윤활유 =지난해 세계 경제는 불황에 허덕였다. 'IT(정보기술) 거품의 붕괴'와 함께 미국은 1%에도 못미치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고,일본 대만 등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신음했다.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3%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두자릿수 후퇴의 부진을 보인 수출을 내수시장이 메워주며 국내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준 덕분이다. 내수시장 활성화의 '윤활유' 역할은 신용카드가 맡았다. 지난해 민간소비의 약 35%가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졌다. 카드사들은 사용액 증대를 위해 6개월 무이자 할부, 즉석 복권제도, 포인트 적립 확대 등의 서비스를 일년 내내 실시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의 키워드 였던 '소비증가'를 유발했다. 소비증가는 '소비회복→생산확대→판매증가→투자확대→소득증대'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의 시발점이 됐다. ◇ 어음이 사라진다 =기업들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구매전용카드가 기업들의 새로운 물품조달을 위한 결제수단으로 떠오른 것. 구매카드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을 만성적인 자금난으로 내몰았던 어음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어음 발행과 관리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 지하경제 없앤다 =카드 사용 확대는 투명경제를 만드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이 파악한 '세금 탈루구역'인 지하경제의 규모는 52조1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카드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이같은 탈루구역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카드 매출자료는 카드사를 통해 국세청으로 통보되고 이는 투명한 '과세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장춘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카드사용이 활성화될수록 자영업자의 과세표준이 양성화되고 세부담의 형평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금 더 걷힌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카드 덕분에 더 걷힌 세금을 약 3조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 수입실적'에 따르면 소득세는 카드사용 증가에 힘입어 18조6천6백4억원이 걷혀 당초 예상액보다 1조5천3백89억원(9.0%)이 초과 징수됐다. 부가가치세도 예상치보다 8.3% 증가한 25조8천3백4억원이 걷혔다. ◇ 수조원대의 산업파급 효과 =카드사용액이 급증하면서 관련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카드결제를 대행하는 밴(VAN, 부가통신망)사의 승인대행건수는 99년 3억7천만건, 2000년 7억2천만건, 2001년 12억8천만건으로 급증했다. 늘어난 승인 건수만큼 시장규모도 팽창했다. 카드 제작사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케이비티와 에이엠에스 등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백38%, 1백19% 각각 증가했다. 카드사간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시장도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카드사 광고집행비는 99년 1백4억6천만원, 2000년 5백76억원, 지난해 9백6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 신용불량자 양산 =카드시장의 급팽창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예가 신용불량자 양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카드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은 1백4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계 전체 신용불량자 2백77만명의 30%를 웃도는 수치. 카드관련 신용불량자수는 지난 7월말 62만5천명을 기록한 후 5개월 만에 67%나 증가했다. ◇ 과소비 유발의 부작용 =카드는 미래수입을 앞당겨 쓰는 일종의 외상거래다. 외상으로 돈을 쓰다 보니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카드사들은 회원 확보를 위해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에게도 카드를 발급,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카드로 인한 과소비 때문에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서울지법 파산부에 소비자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2백60명. 서울지법 파산부의 한 판사는 "카드로 인한 파산 신청자의 비중이 2000년 40% 가량에서 지난해에는 70%쯤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 ----------------------------------------------------------------- 특별취재팀 =이학영 금융팀장(팀장) 고기완 허원순 백광엽 정한영 박수진 박해영 김인식 최철규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