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명동성당내 교육관.철도노조 파업이 풀린 후 발전노조의 대표 2명과 동서발전 사장 등 사측대표 4명이 파업돌입 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철도쪽을 의식했음인지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이 직접 노조 대표를 찾아 명동성당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급진전될 것 같다"고 고무된 표정으로 말했다. 전날인 26일 밤 로얄호텔 2층.발전 노조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민주노총 공공연맹 대표단과 사측 대표단이 밤샘 협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회와 속개가 거듭되자 사측의 협상태도에 대해 노조측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제로 노사업무실장 등 실무자급을 교섭대표로 내세운 사측은 30분에 한번 꼴로 정회를 요구하는 등 사전에 협상방침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테이블에 앉은 모습이 역력했다. 사측 대표는 정회시간에 협상 진행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종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노조 대표단이 대변인을 통해 매시간 교섭내용을 브리핑한 것과는 딴판이었다. 사측 대표는 27일 새벽 2시께 협상이 결렬됐는데도 원론적인 말만 던지고 자리를 떴다. 노조 대표는 "사측 대표들은 사태를 파국으로 유도해 노조에 대한 비판여론을 빌미로 밀어붙이려는 저의를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겉으로 노사갈등은 봉합돼가고 있지만 서로간 불신의 골은 더 깊어져 앞으로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예고하는 것같아 불안스럽다. 노조도 민영화가 힘이나 의지로 어쩔수 없는 '글로벌 게임 룰'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 데 대해선 '상대(사측)의 수용능력을 무시한 채 어거지를 부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사측의 무성의와 노측의 억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한탕 '살풀이'를 한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경제피해라는 자업자득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번 파업은 '자기주장만 있고 조정능력 부재인 한국사회의 고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3일간의 촌극이었던 셈이다. 홍성원 사회부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