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사태로 미국 5위의 회계법인인 아더 앤더슨이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앤더슨은 현재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 법무부 의회로부터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혐의는 작년 12월 파산한 미국 최대 에너지거래업체 엔론에 대한 부실 회계감사 및 관련문서 불법 파기. 특히 앤더슨의 회계감사를 믿고 엔론 주식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중이다. 이 손해배상액은 앤더슨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16일 보도했다. 따라서 독자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회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회계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엔론의 회계감사 업무를 맡아온 앤더슨은 지난 97년부터 엔론의 회계감사를 엉터리로 했다. 4년동안 엔론의 순익을 약 6억달러 부풀리고 부채는 10억달러나 줄였다. 이런 사실이 작년 10월 세상에 알려지자 엔론 주가는 폭락하고 엔론의 거래 고객들이 떨어져 나갔다. 결국 엔론은 작년 12월 파산하고 말았다. 앤더슨 경영진은 내달 12일 개시되는 미국 상원의 엔론사태 청문회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게 된다. 현재 SEC와 법무부는 △엔론의 회계장부가 조작된 경위와 △누구의 지시로 관련 서류가 파기됐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SEC는 작년 10월초 엔론의 부실 회계가 세상에 알려지자 10월22일 앤더슨측에 관련 서류를 요청했다. 그러자 엔론 본사가 있는 휴스턴의 앤더슨사무소 책임자이자 파트너인 데이비드 던컨은 작년 10월23일부터 11월9일까지 e메일 등 관련 서류를 파기했다. 앤더슨은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미국 제1의 회계법인이었다. 그러나 2000년 컨설팅사업부였던 앤더슨컨설팅(현재 이름 액센추어)이 떨어져 나가면서 2류 회계법인으로 전락했다. 1913년 설립된 앤더슨(본사 시카고)은 지난해 매출 93억달러를 올렸다. 현재 세계 84개국에 3백90개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종업원은 모두 8만5천명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