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ref="http://www.hankyung.com/cgi-bin/snapshot.cgi?code=000140&page=1"><b>하이트맥주</b></a>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사옥을 떠나 청담동의 옛 해피아이 건물로 이전한 지난해 12월28일.

새 사옥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는 윤종웅 사장(52)의 감회는 남달랐다.

''3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번듯한 사옥으로 옮기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하니 마음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임직원들이 흘린 피땀의 결과라는 점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새사옥이 좀 과분하다 싶기도 했지만 그동안 회사빚을 갚느라 고생한 직원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잘된 일이라고 봅니다. 술회사는 사람이 제일이거든요. 사세가 커진 만큼 첨단 시스템을 수용할 수있는 건물이 필요합니다. 지역적으로 기동성도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여서 이점이 많습니다"

''창고'' 수준이었던 등촌동 구사옥에 비하면 청담동 새사옥은 ''호텔급''이다.

대지 3백12평에 연면적 3천4백84평,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다.

지난해 9월 해피아이로부터 1백47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지은지 27년을 넘긴 등촌사옥은 회장 비서실에도 비가 샐 정도였다.

<a href="http://www.hankyung.com/cgi-bin/snapshot.cgi?code=000140&page=1"><b>하이트맥주</b></a>가 ''등촌동 시대''를 마감하고 ''청담동 시대''를 여는데는 역시 뛰어난 실적이 뒷받침을 해주었다.

<a href="http://www.hankyung.com/cgi-bin/snapshot.cgi?code=000140&page=1"><b>하이트맥주</b></a>는 작년 한해 9천7백만상자의 맥주를 팔아 1조3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순익은 8백억원대(추정치).

전년에 작성한 사상최대 순익기록(7백억원대)을 갈아치우며 6년째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윤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에 온힘을 쏟았다.

"버는 대로 빚을 갚았죠. 여기엔 전사원이 몸으로 동참해 줬습니다. 덕분에 98년 3백61%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이듬해 2백16%로 낮아졌고 부도위험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작년 상반기 부채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1백64%.

3년전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윤사장은 "IMF를 벗어나면서 맥주소비가 증가한 데다 주세인하 덕도 꽤 컸다"고 설명했다.

OB라거(OB맥주)와 <a href="http://www.hankyung.com/cgi-bin/snapshot.cgi?code=016920&page=1"><b>카스</b></a>(<a href="http://www.hankyung.com/cgi-bin/snapshot.cgi?code=000080&page=1"><b>진로</b></a>쿠어스)가 벨기에 인터브루社로 넘어가는 동안 반사이익도 적지 잖았다는 솔직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직원들의 역량을 모으고 장애물을 치워 주는 것외엔 한일이 없다"며 몸을 낮췄다.

조직주의자란 평을 듣는 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잘 짜인 조직과 마케팅 전략, ''하면된다'' 정신만 있으면 못이룰게 없다는게 평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진던 OB맥주의 아성을 일거에 무너뜨린 하이트 돌풍을 실례로 꼽았다.

"한때 점유율이 20%대까지 곤두박질 치는등 수모를 겪었습니다. 마지막 브랜드라는 심정으로 93년 5월 천연암반수 맥주 하이트를 만들었죠.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94년 35%, 95년 41%로 상승곡선을 타던 시장점유율이 96년에 43%까지 뛰어올랐습니다. 매일 체크하던 판매상황 그래프에서 신호가 왔을 땐 온몸이 떨리더군요. 마케팅을 진두지휘한 당시 박문덕 회장은 물론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40년만에 1위를 탈환한 일대사건의 원동력은 조직력과 마케팅에 있었다는 얘기다.

윤 사장은 <a href="http://www.hankyung.com/cgi-bin/snapshot.cgi?code=000140&page=1"><b>하이트맥주</b></a>의 혹독한 시련기를 체험한 산증인이다.

96년 1위 탈환이라는 ''살 떨리는 기쁨''을 누릴 겨를 도 없이 찾아온게 97년말의 외환위기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4천억원을 투자해 홍천공장을 지은 것이 화근이 됐다.

"금리가 30%까지 치솟아 연간 이자만 8백억이 넘었죠"

윤 사장은 은행문턱이 닳도록 돈을 꾸러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돈독했던 금융권은 "워크아웃이나 구조조정을 택하라"고 오히려 그를 설득하려 할만큼 냉담했다.

마지막 카드가 자산매각과 외자유치였다.

"영등포 공장을 1천7백억원의 ''헐값''에 넘기기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며 눈물을 삼켰다"

66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등포 공장 매각을 보면서 하이트 맥주인인 그는 ''맨살을 떼내는 아픔''을 느꼈다.

하지만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됐다.

까다로운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

3천만달러(98년 미국 캐피탈 그룹), 1억달러(99년 칼스버그그룹)를 잇달아 유치해 빚 4천억을 모두 갚았다.

윤 사장은 이때 "자생력 경영과 인생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윤 사장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무차입 경영도당시의 쓰라린 경험이 바탕이 됐다.

구조조정은 끝이 없다는 그의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윤 사장이 평가하기에 <a href="http://www.hankyung.com/cgi-bin/snapshot.cgi?code=000140&page=1"><b>하이트맥주</b></a>는 일단 ''탄탄대로''에 들어섰다.

문제는 경쟁격화로 점쳐지는 미래라고 그는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올 맥주시장 예상 성장률은 5%대로 밝지만은 않은데다 경쟁사인 OB맥주의 마케팅활동이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0% 내외인 점유율 격차도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윤 사장은 "성장속도 둔화란 전망에는 큰 이견이 없듯 1위 수성에도 어려움이 없을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럽의 경우 전체 술소비에서 차지하는 맥주의 75%에 달하는데 비해 한국은 아직 65% 정도에 머물고 있어 맥주시장은 느리게나마 꾸준히 설장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하이트가 대역전극을 연출하는데 물경 40년이 걸렸다"며 재역전 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았다.

윤 사장이 구상하는 올 마케팅전략의 핵심은 ''빅브랜드 만들기''다.

구태의연한 물량공세보다는 확실한 브랜드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

올 목표판매량도 작년 9천7백만상자에서 1억1천만상자 정도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대신 월드컵 분위기를 활용, 하이트를 세계인들에 알려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킨다 복안이다.

"작년 6월 도입한 품질관리 실명제 ''브랜드 키퍼''에 대해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1천%의 경이적 성장을 기록한 스타우트맥주도 든든한 응원군입니다"

점자맥주, 커플맥주, 맥주온도계 등을 개발했던 것처럼 소비자 중심에 선 연구개발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특히 부채비율 감축은 멈출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윤사장은 취임사와 비슷하게 "3년내 부채비율을 1백% 이하로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사옥이전 약속을 앞당겨 지킨것처럼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일종의 공개 선언인 셈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 약력 ]

<> 50년 충남 공주생
<> 충남고(69년).국민대 경제학과(73년) 졸
<> 연세대 경영대학원 AMP최고경영자과정.고려대 언론대학원 수료
<> 75년 조선맥주 입사
<> 88년 동서유리공업 부장
<> 91년 조선맥주 상무이사
<> 96년 1월 전무이사
<> 99년 4월 <a href="http://www.hankyung.com/cgi-bin/snapshot.cgi?code=000140&page=1"><b>하이트맥주</b></a>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