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1만부씩 늘어나는 잡지. 전혀 광고하지 않아도 창간된 지 8개월만에 판매부수 8만부를 넘어선 잡지. 지금도 계속 증가세를 보여 두 달 뒤엔 10만부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잡지. 이런 월간지가 한국에 있다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월간지 부수가 이런 식으로 빠르게 증가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잡지는 어떤 종류인데 이렇게 벤처적으로 늘어나는 것일까. 이 잡지의 이름은 택스 메일(Tax Mail). 이를 발간하는 회사는 디지털이에치피(대표 박홍석)다. 이 회사가 발간중인 잡지의 부수가 이처럼 급팽창하는 데는 남다른 비결이 숨겨져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비결을 자세히 한번 캐내 보자. 이 잡지가 일반 잡지와 확실히 다른 점은 네가지다. 첫째 이 잡지는 내용이 아주 전문화돼 있다. 단지 중소·벤처기업들이 매월 필요로 하는 세무 안내만 싣는다. 이달(12월호)의 내용을 보면 △갑근세 연말정산 △중소기업 감면세액 사후관리 △어음제도 개선 세액공제 등 세가지 테마만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런 전문적인 내용만 다룬다고 부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건 결코 아닐 것이다. 진짜 핵심은 두번째 비결에 있다. 이 월간지는 판매 대상을 세무사에 국한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세무사는 약 3천명 정도. 그렇다면 3천부 정도 팔리는 것이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잡지를 사는 사람은 세무사이지만 독자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이다. 잡지의 내용은 어느 것이나 꼭 같지만 표지는 구매자(세무사)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택스 메일이란 제호는 조그마하게 붙어 있고 대신 '세무사 이철호 사무소'라는 커다란 제목으로 세무사마다 별도 표지를 가진 책자를 만들어 준다. 세무사의 얼굴 사진도 표지에 실어 준다. 따라서 세무사들은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표지에 들어 있는 잡지를 고객에게 배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잡지가 많이 팔리는 핵심 요소다. 셋째 이 잡지는 값이 싼 것이 강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표지에 나오는 데도 14만원이면 2백부를 받아 볼 수 있다. 돈 14만원으로 2백개 기업에 자신의 얼굴이 들어 있는 잡지를 배포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이를 신청하게 될 것이다. 이 회사의 박홍석 대표는 "이 잡지가 성공한 것은 디지털 인쇄로 고객에 따라 각각 다르게 만들어진 잡지를 발간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더욱이 수요자가 돈을 내지 않고 배포자가 돈을 내는 특이한 비즈니스 모델(BM)도 성공의 열쇠였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이 BM에 대해 특허를 출원해 놓았다. 넷째 이 잡지는 만드는 데 원가를 많이 들이지 않은 것이 비결이다. 디지털이에치피의 임직원은 모두 11명. 디자이너 웹마스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쇄나 배포 등은 모두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 덕분에 월 2천5백만원의 원가로 8만부를 찍어낸다. 이 회사는 앞으로 1년 이내에 월 30만부를 달성할 것으로 자신한다. 이 잡지야말로 벤처적인 비즈니스 모델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