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철저하게 위아래로 봉쇄된 흐름속에 이틀째 소폭 올랐다. 달러/엔 환율, 역외매수세 등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긴 했으나 대규모 실수거래는 배제된 채 은행간 거래가 주를 이뤘다. 시장 참가자들은 거래 의욕이 많이 꺾인 채 당분간 레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한 상황. 밤새 달러/엔 환율과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의 움직임이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23일도 무난한 박스권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1.40원 오른 1,303.60원에 마감했다. 사흘째 오름세를 이었으나 장중 변동폭은 1.80원에 불과할 정도로 변동성을 상실한 흐름이 계속 됐다. ◆ 제한된 레인지 거래 지속 = 변수가 눈에 띠지 않고 있다. 다양하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없다. 이에 따라 23일도 환율은 상하 제한된 범위를 거닐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순간순간 수급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정도일뿐 방향이나 이정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과감히 오를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당분간 재료나 수급상 박스권을 벗어날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고 레인지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내일은 1,301∼1,306원 범위에서 개장초 밤새 요인을 반영한 뒤 변동성을 찾아보기 힘든 흐름이 예상된다"며 "당분간 하방경직성을 가진 상태에서 11∼12월중 어느 한쪽으로 크게 튈 수 있는 에너지가 축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이 위쪽으로 테스트하면서 달러매수(롱)가 이뤄질 듯 했으나 1,303.50원 부근에서 네고물량이 나오면서 추가 상승을 막았다"며 "밤새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없다면 환율은 여전히 변동성없는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밤새 122엔으로 가면 1,305원을 넘어설 여지가 있으나 이 선에서는 보유물량의 처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꽁꽁'묶인 환율 = 이날 환율을 움직일만한 요인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와 간헐적인 역외매수, 소규모의 업체 결제수요 등이 오름세를 지탱했을 뿐 물량 공급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막판 전자업체의 네고물량이 나오면서 환율 상승 시도를 막았다. 역외세력은 개장 전반부와 오후장 중반부터 매수에 나섰으며 정유사를 중심으로 한 결제수요가 꾸준하게 나왔다. 지난주 후반의 외국인 주식자금은 예상보다 시장에 공급되지 않았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소폭의 오름세를 탔으며 오후 4시 52분 현재 121.58엔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주 말 뉴욕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121.16엔을 기록했던 달러/엔은 이날 일본의 무역흑자가 미국 테러사태 이후 크게 줄어 9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감소한 1조600억엔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엔화를 약세로 이끌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 달러/원 환율은 소폭 상승세를 보여 1,304.5/1,306.5원에 마감한 영향이 개장 전반 이어졌다. 지난 금요일보다 0.20원 낮은 1,302원으로 한 주를 연 환율은 개장 직후 1,302.90원까지 오른 뒤 되밀려 보합권에서 한동안 혼조세를 띠었다. 이후 환율은 9시 50분경부터 강보합권을 유지하면서 10시 33분경 1,303.20원까지 고점을 높였으나 네고물량 출회로 추가 상승은 저지되고 1,302원선을 거닌 끝에 1,302.80원에 오전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302.7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차츰 오름세를 타며 오전중 고점을 깨고 1시 43분경 1,303.50원까지 올랐다. 이후 달러/엔이 밀리고 이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환율은 한때 1,303원을 놓고 좌우 공방을 펼치기도 했으나 달러/엔이 121.50엔을 넘어서자 오름세를 타면서 4시 19분경 1,303.80원으로 재차 고점을 높였다. 장중 고점은 1,303.80원, 저점은 개장가인 1,302원으로 변동폭은 1.80원이었다. 열나흘째 주식순매수를 이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장중 각각 171억원, 21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해 순매수 강도가 약해진데다 순매수분 공급이 부진해 환율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1,3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2,37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3,200만달러, 2억6,030만달러가 거래됐다. 23일 기준환율은 1,303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20일 현재 통관기준 무역적자는 9억9,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준 64억5,500만달러, 수입은 21.5% 감소한 74억4,800만달러였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