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었다. 지난 4일 이후 엿새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이 3주만에 1,200원대로 진입했다. 밤새 달러/엔 환율의 급등이 오름세에 발동을 걸었으나 최근 패턴인 '상승출발 뒤 하락반전'의 모양새를 그대로 이었다. 달러/엔 환율과의 이음새는 풀어졌으며 국내 증시와 외국인매매동향은 환율 하락을 유도한데다 역외세력이 매도에 나서 하락 기대심리를 증폭시켰다. 사려고 하는 세력이 거의 없다. 대부분 거래자들이 달러매도초과(숏) 상태여서 포지션 정리를 위해 달러되사기가 나올만한 여지는 있지만 오후중 1,300원 회복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90원 낮은 1,299.1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이후 환율은 14원 가량이 빠졌으며 장중 1,298.70원까지 내려서 지난 21일 1,294원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 밤새 NDF환율은 1,305.25∼1,306.50원 범위에서 달러팔자는 분위기가 강해 1,304/1,306원으로 하락 마감했으며 이같은 장세는 그대로 이어졌다. 전날보다 1.10원 오른 1,303.30원에 출발한 환율은 오름세를 타며 1,303.90원까지 올라선 뒤 역외매도세로 차츰 뒤로 밀렸다. 오름폭을 줄여 9시 49분경 1,301.90원을 기록하며 전날 종가대비 하락세로 방향을 튼 환율은 10시 30분경 1,299.90원으로 1,300원을 깨 지난달 21일이후 처음으로 1,200원대를 경험했다. 이후 추가하락이 제한되고 달러되사기(숏커버)로 1,300원대로 환율은 되올랐으나 물량 공급에 못이겨 10시 52분경 다시 1,200원대로 진입, 11시 45분경 1,298.50원까지 저점을 내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에서 롱스탑(달러되팔기)에 나서 매수주체가 없는 데다 반등다운 반등을 이룰만한 요인이 없었다"며 "물량은 나올 만큼 나온 것으로 보여 오후에는 추격매도는 다소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주식자금 나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다소 과하게 달러매도에 나선 면이 있다"며 "생각보다 크게 아래쪽으로 내려간 상태인데 오후에는 1,298∼1,300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공급이 월등하게 앞섰으며 매수하려는 세력이 없다"며 "지지선으로 작용하던 1,300원이 저항선으로 바뀐 상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이 달러매도초과(숏)상태로 주말을 앞두고 달러되사기(숏커버)에 나서도 1,300원 회복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체들도 이날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적극 내놓고 있으며 정유사 등의 수입업체들도 결제수요를 뒤로 미루고 있는 양상이다. 시중에 물량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엔 환율은 뉴욕장에서 증시의 이틀 연이은 큰 폭 상승을 업고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전날보다 1엔이상 오른 121.38엔을 기록했다. 지난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한 확신이 달러화 상승을 도왔으나 이날 도쿄에서는 추가 상승에 실패하고 낮 12시 2분 현재 121.29엔을 기록중이다. 달러/엔의 급등이 개장초 달러/원의 오름세를 자극하기도 했으나 연결고리는 거의 끊어진 상태다. 엔/원 환율은 1,070원선으로 내려 앉아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여드레째 주식순매수를 잇고 있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대규모로 순매수에 나서 같은 시각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56억원, 238억원을 기록중이다. 주가 역시 뉴욕 증시의 강한 상승세를 조금 흡수해 소폭 오른 수준을 가리키면서 환율 반등을 억제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