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반응은 뭐야" 23,24일 양일간 민주당과 자민련 기자실은 종일 술렁거렸다. 이완구 총무,유운영 부대변인 등 자민련 당직자들이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과 기자간담회를 잇달아 쏟아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자민련측에서 장관의 사퇴를 공식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대북문제와 관련해 공동여당간 '불협화음'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터여서 이런 술렁임은 더했다. 더욱이 현재 자민련(20석)이 한나라당(1백32석)의 편을 들 경우 두 당의 숫자가 장관 해임에 필요한 재적 과반수(1백36)를 넘는 상황이다. 여기에 변웅전 대변인이 기름을 끼얹었다. "개인 판단으로 장관 사퇴논평을 낼 수 있느냐"며 JP(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의중이 실려 있음을 은근히 내비친 것. 이에 기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언론들은 일제히 "자민련마저 등을 돌렸다" "임 장관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그러나 24일 이같은 기류는 극적으로 반전됐다. 전날 민주당 중진들과 골프회동을 가졌던 JP가 가판신문을 받아 보고는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근거도 없이 내뱉었다"며 크게 역정을 낸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때맞추어 이날 아침 JP와 사전 조율을 거친 듯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임 장관 경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임 장관 경질설에 쐐기를 박았다. JP의 속내를 잘못 넘겨짚은 일부 당직자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든 언론이 오보를 한 셈이다. 이날 한나라당의 장관해임안 제출 소식은 '김빠진 맥주'같이 공허하게 들렸다. 자민련의 '선택적 협력'을 내심 기대했던 한나라당은 '닭쫓던 X신세'가 된 것이다. 물론 이같은 해프닝은 '돌아온 JP'의 위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에 불과하다. 얼마전 오장섭 건교부장관의 경질설이 나돌던 때는 모든 기자들이 JP의 얼굴표정만 살폈다. 'JP정국'이 도래한 느낌이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