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예금금리가 처음으로 4%대로 떨어지는 등 본격적인 저금리시대가 왔지만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살아나지 않은채 자금조달면에서 우량기업과 부실기업간의 양극화 현상만 심화되고 있다. 1일 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투자위축으로 자금수요가 기본적으로 많지 않은 가운데 우량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금리가 6%대로 떨어진 반면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의 경우 회사채 금리가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나마 발행도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등 일부 우량기업은 금융권이 서로 돈을 갖다 쓰도록 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차입금 상환 등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4분기에만 부채를 1조3천억원(차입금 7천억원 포함)줄여 부채비율을 1.4분기의 57%에서 47%로 낮췄다. 또 하반기에는 1조9천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나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을 반영해 이중 1조-1조5천억원은 회사채 등을 차환발행하되 전체적인 부채규모는 계속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의 경우도 6%대의 금리로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고 1년짜리 CP(기업어음)를 발행하는 등 과거 고금리 상황에서 빌렸던 부채를 갚는 방법으로 금융비용을 줄여가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우량 기업들에 대해서는 자꾸 돈을 빌려가라는 입장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축소로 자금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마냥 자금을 빌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투기등급의 기업은 물론 BBB- 등급의 기업도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등 저금리시대에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있다. S사 자금담당 관계자는 "저금리시대라고는 하지만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벌어서 차입금을 갚아 부채규모를 줄여나가는상태"라며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돈이 돌아오지 않아 자금시장이 왜곡돼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채권영업 담당자는 "투자축소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기본적으로 없는데다 신용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기업에는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금시장도 침체돼 있는 상태"라며 "저금리시대가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