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1일 출범하는 국민 주택 합병은행의 총사령탑이 마침내 선정됐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의 통합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정태 합병은행장은 총 자산 1백80조원의 세계 60위권 초대형 은행을 진두 지휘해 한국 금융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하지만 합병은행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서로 다른 두 은행의 조직문화를 융합하고 내부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숙제를 깔끔히 풀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조직융화 급선무 =합병은행장 선정이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두 은행은 통합발표 이후 반년 이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자산규모 합병비율 등에서 열세였던 주택은행 쪽에서 행장이 배출됐기 때문에 향후 내부갈등 요소가 더 커질 수 있는 소지가 많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즉각 성명서를 내고 "김정태 합병은행장 후보 선정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태 합병은행장도 이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김 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출신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며 "기업문화를 통합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두 은행의 기존 임원들을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때까지 근무토록 하는 등의 조직 안정책을 제시했다. ◇ 인력 및 조직 정비 =합병은행은 지난 6월말 현재 총 자산 1백80조원이 넘는 세계 60위권 은행으로 변모한다. 상반기 결산 결과 국민 6천6백25억원, 주택 5천7백17억원의 이익을 올려 국내 초우량 은행임을 다시 입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은행이 실질적인 합병 시너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복 인력 및 점포 감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보기술(IT) 분야 투자에선 3천억~4천억원 가량의 중복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서는 합병은행이 출범하기 직전 각 은행별로 10~15%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김 행장은 그러나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희망 직원에 한해서만 퇴직 신청을 받겠다"며 "전산 통합에까지 걸리는 1년 가량은 양 은행이 간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영업하고 그 이후 중복 점포를 정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경쟁력 강화 =두 은행의 강점이자 약점은 업무의 중복성에 있다. 국민은행은 가계금융 쪽에, 주택은행은 주택금융 부문에 각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주택자금 대출의 경우 두 은행이 전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가깝다. 이같은 특정 분야의 독점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기업금융 등 타 영역의 약세로 드러난다. 이에 대해 김 행장은 "합병은행의 비전은 소매금융에 있다"며 "대기업 여신을 줄여 나가는 대신 소매금융을 더욱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합병은행이 업무영역을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쪽으로 넓혀 수익 기반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에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도 보다 많이 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