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 산업자원부 차관보 > "세계화"와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 등으로 상징되는 21세기의 도래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이행은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고전적 생산요소보다 인적 자원의 질 혁신적 기업가 정신 지식의 폭과 심도 기업의 윤리성과 책임성 창의적인 기업문화 등 무형적 요소의 역할을 급격히 증대시키고 있다. 선진국들은 첨단 기술 디자인 마케팅 등의 기법으로, 또 중국 등 개도국들은 저가 제품의 양산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인적 자원과 지식의 활용 극대화를 통한 제품의 고급화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 기업은 아직 가격 경쟁력 의존도가 매우 높은게 사실이다. 해외 바이어들이 수입상품의 선택 기준으로 가격보다 품질과 디자인을 우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보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세계 경제가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고 소비자들의 성향이 비슷해지면서 유명브랜드 한 두개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 예로 맥도널드는 전세계 2만3천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바비인형은 1백4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코카콜라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랜드 가치는 무려 7백억달러 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공장에서 제조되는 것은 제품이지만 소비자가 사는 것은 브랜드"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강력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적 브랜드 파워 강화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세계 75대 브랜드 가운데 한국기업 브랜드는 현재 단 하나에 불과한 실정이다. 브랜드는 기업과 제품에 대한 총체적 경험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 속에 만들어지는 이미지다. 차별화된 브랜드는 기업과 제품의 특성을 전달해 주는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기술 디자인 마케팅 등 전략적 요소들이 일관성 있고 조화롭게 결합되었을 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지 않은 기술과 디자인은 과학 또는 미술 작품으로 의미있을지 모르나 상품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적다. 마찬가지로 기술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디자인은 상품화에 한계가 있다. 획기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지닌 제품이라 하더라고 적절한 마케팅 활동 없이는 소비자에게 호소할 수 없다. 과거에는 제품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부가되는 단순한 장식적 요소로 취급되는 경향이 많았던 디자인의 위상은 이제 달라졌다. 선진국의 경우 디자인은 최고 경영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속에 엔지니어링 매뉴팩처링 마케팅 등의 전 과정에서 중요시되는 핵심적인 경영전략으로 대우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술 디자인 마케팅 등 상품경쟁력의 핵심 요소들을 강화하고 또 적절한 연계를 통해 전체 속에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함으로써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유능한 경영인의 자질이고 21세기 기업 경영의 성공요인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인 브랜드 경영을 통해 세계화와 지식기반 경제 하에서의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