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정거래법상의 30대 기업집단지정제도 자체의 폐지는 곤란하지만 이 제도를 원용한 각종 법률상의 불합리한 규제는 폐지 또는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끈다. 현재 공정거래법에 의해 30대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출자총액제한을 비롯 6개의 행위가 금지되고 14개의 신고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24개 법률에 의해 특정사업 진입제한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재경부는 우선 소관법률상의 30대그룹 관련 규제실태를 조사한 뒤 시대흐름에 맞지않는 조항은 고치고,다른 부처 소관법률도 개정을 협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정부가 재벌정책의 후퇴는 있을수 없다는 강경입장만을 반복해 오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보완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지적하듯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는 어렵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이제는 다분히 국민정서를 의식한 비합리적인 규제는 과감히 도려내야 할 때가 됐다. 세계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그것도 모자라 서로 합병하고 제휴해서 세계시장을 독차지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단순히 기업의 자산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신규투자나 자금조달,심지어는 세제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과거 개발연대의 잘못된 재벌행태나 경제력집중의 폐해는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는 그같은 병폐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30대그룹지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 생각은 다르다. 30대그룹지정제도의 진정한 정책목표는 기업규모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로 기업을 늘리고 내부거래를 통해 시장질서를 교란하면서 경영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방만한 경영행태를 시정하자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무당국인 공정위조차 '외환위기 이후 3년간 5+3 원칙에 따라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각종 제도의 도입으로 채무보증과 대마불사의 신화가 사라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제도를 고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활력의 회복은 기업의 창의와 능률이 발현될 때 가능해진다. 30대그룹지정제도가 기업경영의 족쇄역할을 하고 있다면 풀어주어야 마땅하다. 더구나 국내시장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엔 적용되지 않는 차별적 규제라면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를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