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돈에는 동전이나 지폐만 있는게 아니죠. 혹시 수표나 어음, 또는 전자화폐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그 중에서도 수표는 우리가 현금처럼 자주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수표는 분명히 현금은 아니죠. 그렇다면 수표는 도대체 무엇이고, 현금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왜 현금 지폐가 있는 데도 수표를 만들어 쓰는 걸까요. 오늘은 수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지요. -------------------------------------------------------------- 철수는 어느날 엄마와 함께 은행엘 갔어요. 그동안 저축한 돈을 찾아 비디오 게임기를 사기 위해서였죠. 이번에 철수가 영어경시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축하 선물로 새로 나온 25만원짜리 비디오 게임기를 철수에게 사주기로 했어요. 철수는 그동안 저축한 돈 5만원을 여기에 보태기로 했지요. 그런데 은행에 가서 철수는 현금으로 5만원을 찾았는데, 엄마는 수표로 20만원을 찾았어요. 은행 창구의 누나가 철수 통장에선 1만원 짜리 지폐를 다섯장, 엄마에겐 10만원 짜리 수표 두장을 내줬지요. 철수는 엄마가 받은 수표를 보며 이건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건지 무척 궁금했어요. 엄마는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수표는 은행이 그만큼의 돈을 보관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가져오면 돈을 내주겠다는 약속이야. 그러니까 비디오 게임기 값으로 수표를 내면 게임기 가게 아저씨는 그 수표를 은행에 가져가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거지" 수표라는 것은 이렇게 은행이 돈을 갖고 있다는 표시로 내주는 것이죠. 언제든지 그 수표를 은행에 갖고 오면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인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은행이나 수표를 직접 만들어 고객들에게 내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돈은 한국은행만이 만들 수 있지만 수표는 은행들이 제각각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은행은 왜 현금을 내주지 않고 대신 수표를 만들어 주는 것일까요. 거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현금보다 편리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돈(화폐)중 가장 큰 금액의 돈은 얼마일까요. 잘 알고 있겠지만 1만원 짜리 지폐지요. 그런데 만약 아버지가 자동차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1천만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봐요. 은행에서 1만원짜리 지폐를 1천장을 내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정도 돈이면 큰 가방 하나를 준비해 가져가야 은행에서 찾아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또 그만큼 많은 돈을 은행에서 찾아오다 보면 혹시 도둑을 맞거나 잃어버릴 위험도 크지요. 그러나 수표를 이용하면 아주 간편합니다. 수표는 10만원짜리 수표만이 아니라 1천만원짜리 수표도 있거든요. 수표는 금액이 정해져 있는게 아닙니다. 그때 그때 필요한 액수를 은행이 수표 한장에 적어주지요. 그만큼의 돈을 은행이 보관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가져오면 그만큼의 돈으로 주겠다고 약속하는 겁니다. 따라서 아버지는 1천만원을 은행에서 찾을 때 현금 대신 수표로 찾으면 단 한장만 받아 지갑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겠지요. 또 수표는 잃어 버리더라도 안전합니다. 수표엔 모두 제각각 고유한 번호가 적혀 있기 때문이죠. 은행은 수표를 내줄 때 어느사람이 얼마만큼의 수표를 가져갔는지를 번호로 기록해 둡니다. 그 번호는 수표에도 적혀 있지요. 따라서 은행에서 받은 수표의 번호만 잘 기억하고 있으면 나중에 잃어버렸더라도 걱정할 염려가 없습니다. 수표를 잃어버린 사람은 은행에 어떤 번호의 수표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하기만 하면 그 수표는 다른 사람이 쓸 수 없게 됩니다. 수표는 결국 은행에 돌아와야 진짜 돈으로 바꿀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수표에 대해선 은행이 돈을 내주지 않지요. 그리고 사람들이 수표를 주고 받을 때는 뒷면에 수표를 준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도록 돼 있습니다. 가게에 가서 수표를 내고 물건을 살때도 수표를 낸 사람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자기 것이 아닌 수표는 절대 쓸 수 없는 겁니다. 이처럼 수표에는 고유한 번호와 사용자의 이름 등이 적혀 있기 때문에 현금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은행에서 큰 돈을 찾을 때는 수표를 받는 거지요. 은행도 수표를 내주는게 현금을 내주는 것보다 유리합니다. 은행은 자기가 만들어 내준 수표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는 그만큼의 돈을 갖고 있을 수 있지요. 그 돈은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수표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은행은 수표 발행금액의 전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은행이 필요한 곳에 쓸 수 있지요. 이렇게 수표는 일종의 예금 역할도 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수표는 예금자나뵉?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만드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듭니다. 그래서 은행이 수표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줄 때는 일정한 돈을 수수료로 받습니다. 고객들은 수수료를 내더라도 수표가 현금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수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 전문선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dbmkter@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