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중심지인 하켄섹에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프라이스클럽)에는 식품 의류 전자제품 등 각종 소비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곳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상품 중 하나가 농심 육개장 사발면이다. 하루 평균 30박스 이상씩 팔린다. 외국에서 수입해서 파는 상품 중 단일 품목으로는 최고의 판매액이다. 농심 사발면이 들어가는 코스트코매장은 뉴욕 뉴저지 등 동부지역에만 39개. 서부까지 합하면 모두 79개에 달한다. 전체 매장에서 판매된 물량이 올들어(5월말 현재) 1백5만달러어치. "동양인들에 대한 서비스차원에서 들여놨는데 백인들이 더 찾고 있어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릴 계획"이라는게 회사측 얘기다. 한국 라면이 미국 백인들의 입맛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 백인들은 그동안 라면을 잘 몰랐다. 저가공세를 펴는 일본 라면들 때문에 기껏해야 저소득층이 먹은 싸구려 음식 정도로만 알려져 왔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입맛 변화와 농심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라면이 미국 주류시장인 백인시장의 인기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심은 미국시장을 두가지로 분류한다. 교포시장과 미국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다. 판매루트도 다르다. 교포시장은 주로 한국상점을 통해 판매하고 현지인 시장은 코스트코 세븐일레븐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을 통해 공략한다. 교포시장의 판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현지인시장의 판매증가율이 교포시장을 훨씬 웃돌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교포시장의 판매액은 6백1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백67만달러)보다 30% 늘어났다. 그러나 현지인 시장은 코스트코의 매출을 포함해 모두 4백만3천달러로 전년 동기(2백63만달러)보다 무려 52% 증가했다. 김채경 농심아메리카 뉴욕지사장은 "앞으로 2∼3년이면 현지인 시장의 판매액이 교포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라면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미국인들의 입맛이 매운 맛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는데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음식처럼 매운 멕시코음식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농심의 마케팅 전략이다. 미국시장을 뚫는 데는 현지의 유통망을 이용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유통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핵심 인맥을 찾아 접근해 성공한 것이다. "현지시장 판매량이 교포시장을 넘어서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는 김 지사장은 "미국인들이 라면으로 식사를 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