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23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9월 26.5%를 기록했던 수출증가율이 11월에는 5.6%로 떨어졌고 급기야 지난달에는 마이너스 0.6%로 악화되는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출이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수출감소 현상이 구조화되지 않겠느냐는 점이 우리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반도체값이 보합권이고 국제유가도 약세로 돌아서 하반기에 미국경기만 회복세를 타면 비관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수출구조와 국제경쟁력이 너무 취약하고 외부 변화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니 현재의 난관을 타개할 수단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수출촉진을 위해 동원하는 가장 고전적인 수단이던 원화절하의 효과가 전혀 먹히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우리 수출의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제품 가격 역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원화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수출촉진 효과는 없고 대신 소강상태를 보이던 교역조건만 또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13억8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도 위안이 되지는 못한다.

무역수지 흑자 배경이 수출증대가 아니라 수입감소 덕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감소의 내용이 좋지 않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소비심리 회복으로 불요불급한 소비재 수입이 15.9% 증가한데 비해 정작 산업활동에 필요한 원자재와 자본재는 각각 13.8%, 11.4%씩 감소하고 있어 수출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고 이대로 가면 경기침체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값도 바닥권이니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경제의 성장원동력인 수출이 뒷걸음치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앞으로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미국정부의 통상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가 한꺼번에 악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거시경제정책의 선택폭은 매우 제한적이기 쉽다.

따라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통분담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지금의 난관을 정면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노사화합과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