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업계에서는 4명의 여성이 최고경영자로 활약중이다.

여성 임원이나 간부가 드문 신용금고 업계에서 이들은 여성 특유의 친화력과 부드러움을 앞세워 탁월한 경영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부안의 현대상호신용금고 신행숙(64) 사장은 4명 가운데 "맏 언니"격이다.

지난 98년 사별한 남편의 뒤를 이어 사장에 취임한 신 사장은 4년째 현대금고를 이끌고 있다.

신 사장은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신용금고의 장점인 "지역 밀착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덕분에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수대출 실적도 최근 부쩍 좋아졌다.

무의탁노인 등 불우이웃 돕기에 앞장서 지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도 도움이 됐다.

현대금고의 한 직원은 "사장님이 앞장서서 불필요한 전등은 먼저 끄고 이면지를 모아뒀다가 다시 쓰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직원들도 절약정신이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고 자랑했다.

서울 푸른상호신용금고 구혜원(43) 회장은 지난 99년 남편이 작고한 후 경영을 대신 맡아 지금까지 푸른금고를 탄탄하게 이끌어 오고 있다.

매일 아침 7시30분 대출심의회의를 주재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는 예금유치를 위해 오후 늦게까지 직접 영업에 나선다.

사조마을 부국사료 사조축산 등 계열사 회장도 함께 맡고 있어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

구 회장은 푸른금고 직원들로 구성된 합창단 "푸른코러스"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정서적인 측면도 배려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계열사인 푸른2금고 직원까지 모두 강당에 모여 함께 노래를 부르며 화합을 다지는 모습은 푸른금고만의 독특한 전통이다.

지난해까지 7회째 매년 12월말에 고객들을 초청해 발표회도 열고 있다.

구 회장은 직원 외에 일반 주부들로 구성된 "푸른여성합창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연습장소는 물론 활동경비까지 지원해주고 있어 거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직원은 "생일을 맞은 직원을 위해 영업이 끝난 후에 조촐한 파티를 열 정도로 회사 분위기가 좋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제주 제은상호신용금고 김정온(48) 사장은 업무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평이다.

여성의 독립심이 유달리 강한 제주 특유의 정서도 한 몫했다.

제은금고 창업자의 며느리로 들어와 금고 경영을 직접 맡게 된 케이스다.

계열사인 퍼시픽천마 사장과 천마학원 이사장까지 겸임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지역내 각종 행사에도 부지런히 참여하며 인맥을 넓혀 가고 있다.

서울 신안상호신용금고의 임채연(29) 사장은 업계 첫 20대 여사장이란 점에서 크게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지난 90년 신안종합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 계열사인 신안스포렉스 영업본부장 등 초고속 승진을 한 끝에 지난해 9월 신안금고 사장에 올랐다.

임 사장은 계열사인 신안주택할부금융 사장도 함께 맡아 금융회사 2개를 이끌고 있는 "여걸"이다.

99년 신안주택할부금융 사장을 맡은지 1년 반만에 할부금융 여신규모를 4배 이상 늘려 놓는 사업수완을 발휘해 주목을 받았다.

임 사장은 "젊은 여성의 패기를 믿고 거래를 시작하는 고객들이 많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신용금고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