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잔칫상의 명물"

홍어는 톡쏘는 자극으로 미식가들을 혼쭐내지만 그럴수록 더욱 사로잡는 매력을 갖췄다.

사랑방정식을 체득한 음식이라고나 할까.

강렬한 맛으로 쉽게 사귀기는 힘들지만 일단 한번 맛들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다.

홍어는 겨울이면 산란철을 맞아 그 맛이 절정에 달한다.

알을 낳기 위해 서해북부에서 난류를 따라 흑산도까지 내려 온다.

최대어장인 백령도일대와 더불어 서해안에 광범위하게 홍어어장이 형성된다.

올 겨울에는 예년에 비해 어획량도 풍부하다.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맞은 편에 있는 한식당 삼학도(02-584-4700)는 널리 유통되고 있는 칠레산을 쓰지 않고 국내산 홍어만을 고집한다.

20여년간 식당을 운영해 온 주인 손일랑(59)씨는 "수입 냉동홍어는 삭혀도 생홍어에 비해 강렬함에서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생홍어는 비린내 때문에 즐겨 먹지 않는다.

대신 2~15일정도 삭히면 적절히 발효돼 새로운 맛을 낸다.

암모니아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입안을 "화"하게 만든다.

이 집은 삭힌 기간에 따라 상(보름)중(1주)하(2~3일)등 3개 등급의 홍어요리를 내놓는다.

상급은 심할 경우 화상으로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독하다.

또 홍어를 찜과 회,탕 무침 등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내놓는다.

찜은 열을 가한 덕에 "얼싸한"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회는 날 것 특유의 향을 뿜는다.

탕과 무침은 다른 양념들과 섞여 홍어 특유의 발효맛이 희석되지만 그래도 자극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회와 찜은 접시당(2~3인용)3만2천원.

홍어에다 막걸리를 곁들여 마시면 더욱 달게 느껴질 정도로 궁합이 좋다.

홍어에다 배추김치와 돼지고기를 함께 먹으면 소위 "삼합"이라고 불릴 정도로 잘 어울린다.

파래보다 가는 해초인 매생이국은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글=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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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홍어집 ]

<>홍어와 탁주=의정부에서 퇴계원쪽으로 가는 길목인 민락동에 있다.

주인 이재춘씨는 "홍어를 처음 알리는데 애를 먹었지만 맛을 접한 후 단골로 변한 손님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홍어요리가 향수를 자극하는데다 막걸리와 어우러져 술안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031)851-3091

<>신안홍탁=칠레산 홍어를 사용해 싸게 홍어요리를 선보인 찜과 회 등은 2인분(1접시)에 1만2천원.

홍어를 집 항아리에 넣고 땅속에 5일 정도 묻어 둬 발효시킨다.

입앗에 넣는 순간 눈물과 콧물이 나올 정도로 자극적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맞은편에 있다.

(02)784-5381.

<>종고산=홍어와 돼지고기,김치 등을 합친 삼합이 일품이다.

특히 김치는 젓갈에 풀을 쒀 담가 3년간 묵힌 것이다.

칼칼한 돌산 갓김치도 인기.

민물새우로 만든 토하젓,쌀과 깨를 갈아 끓인 머위국 등도 별미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건너편에 위치한다.

(02)430-8928

<>서울 옥주식당=광주시 홍어찜 1번가로 유명한 옥주식당이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건너편에 차린 분점.

주인 모녀는 찰기가 느껴지는 홍어찜을 내놓는다.

감자와 무 파로 비린내를 없앤 갈치조림과 쫄깃한 산낙지회 등도 이 집의 자랑거리.

10여가지 나물반찬과 강한 뒷맛의 남도식 김치 등이 홍어맛을 부추긴다.

(02)567-4009

<>곰마루=원하는 손님에게만 강진 토하젓을 내놓는다.

홍어회와 동동주,삼합 등 홍어관련 요리들을 상급 재료들로 만들어 내놓는다.

좁은 공간이어서 예약이 필수.서울 종로구 평동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 있다.

(02)737-3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