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여성의 권익신장과 사회참여를 정책의 핵심 과제로 다루고 있다"

며칠 전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성정책 장관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한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백경남 위원장의 기조연설 중 일부분이다.

회의를 마친 뒤 백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선진국 클럽에서 한국의 여성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자평했다.

또 "OECD 회원국들은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활발한 여성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회의에 참석한 다른 나라 대표들의 시각은 백 위원장과 달랐다.

한 유럽국가의 대표는 "파리 OECD 대표부에 여성공무원 한명없는 한국이 회원국 앞에서 공공부문의 여성참여를 운운한 것은 아주 재미있는 볼거리였다"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OECD회원국 중 유일한 회교국가인 터키도 파리대표부에 여성공무원을 3명이나 두고 있다.

일본대표부에는 6명의 여성인력이 있다.

그러나 파견공무원이 26명이나 되는 우리 대표부에는 여성공무원이 단 한명도 없다.

이같은 상황은 주 OECD대표부뿐만이 아니다.

주불(駐佛) 한국대사관도 마찬가지다.

주불 중국대사관의 공보관은 여성이다.

회교국인 말레이시아의 경우 아예 대사가 여성이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연락대표부의 최고책임자도 여성 외교관이다.

백 위원장은 "아시아국가 중 여성부처가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아시아권의 여성권리 신장을 위해 한국이 앞장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도 제1호 여성 경찰서장이 화제의 인물로 다뤄지는 게 우리의 공공부문 여성인력 현주소다.

이곳 외교관들은 한국의 주불대사관과 OECD,유네스코대표부의 3개 공관을 통틀어 여성공무원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 회원국 대표가 회의장을 떠나며 기자에게 시니컬하게 한마디 던졌다.

"파리주재 한국공관에 여성외교관이 최소한 2명이라도 근무하게 되는 날 한국의 여성정책을 믿겠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