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2일 현대건설 문제가 "회생"쪽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정부와 채권은행단에 "백기투항"과 다름없는 긴급 자구책을 제시하는 등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현대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의 사재를 최대한 출자하고 서산간척지를 정부에 완전 매각하는 등 4천억-7천억원 정도의 자구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금액차이는 서산간척지(3천1백만평)에 대한 현대와 정부측의 평가가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의 추가안은 지난 1일 밤과 2일 오전에 걸쳐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 최하경 현대택배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잇따라 회동을 가진 끝에 잡혔다.

현대는 2일 급거 귀국한 정몽헌 회장이 주재한 심야회의에서 이같은 자구계획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서산간척지를 매각키로 방향을 정하기는 했지만 땅값평가를 놓고 정부및 채권은행단과 의견차가 커서 가격을 확정짓기까지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동아건설 김포매립지 매각사례를 들어 이 땅을 공시지가(3천4백21억원)의 66% 수준인 2천2백억원(평당 7천45원)에 매입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현대는 최소한 공시지가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

현대측은 "전국 어느 곳에서든 정리가 된 논은 평당 2만5천원은 된다"면서 "자체 감정가격은 6천7백억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땅의 조성가격만 6천4백21억원인 데다 다른 간척지의 경우 정부가 농민들에게 평당 2만원선에 매각하고 있다며 정부안은 ''헐값매각 강요''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는 이와 함께 김포매립지의 경우 자연녹지였던데 반해 서산간척지는 절대농지라며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산간척지 매각가격은 사재출자 규모와 직접 관련돼 있다.

채권은행단은 1조6천억원 규모인 현대건설의 당초 자구계획에서 이행실적 7천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9천억원중 5천억원 정도는 연말까지 실행할 수 있다고 보고 4천억원 이상의 추가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서는 서산간척지를 4천억원 이상으로 팔 수 있다면 구태여 사재출자까지 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사재출자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는 정 전 명예회장의 경우 현대건설 지분(0.5%)을 제외한 현대자동차(2.69%) 등 3개사의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채권은행단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식을 모두 매각할 경우 현재시가로 모두 9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몽헌 회장의 경우도 현대건설 지분(7.82%)을 제외한 현대전자 등 3개사의 지분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주식의 매각규모는 6백9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