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및 상계조치를 통해 부과된 관세를 제소자측에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버드 수정법안이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압도적으로 통과돼 여간 걱정스럽지가 않다.

9월말 현재 20건에 이르는 우리 상품들이 미국에서 반덤핑 및 상계조치 또는 긴급 수입제한 조치 등으로 조사중이거나 규제중에 있기도 하지만, 이 법이 집행되면 미국기업들의 제소 남발로 인해 앞으로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각성 때문에 동 법안이 제기되면서부터 일본 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우리정부는 이 법안의 문제점을 적시한 서한을 보내는 등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행정부도 이 법안의 파장이 간단치 않다고 보고 반대입장을 표명했지만,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 법안이 신속히 통과된 배경의 하나였던 임박한 대통령 선거로 인해 행정부 입장에서도 2001 회계연도 세출법안의 통과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법안이 미국내에서도 반론이 강하게 제기될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선 상대국의 덤핑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되, 그 수입은 국고로 편입해야 한다는 GATT 규정 및 WTO 협정에 위배된다.

또한 관세를 관련기업에 이전할 경우 보조금 및 상계조치협정(ASCM)에 의해 분명히 보조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이것은 외국 경쟁업체로부터 미국 생산자에게로 이전되는 보조금이므로,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조치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미국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이중적 보조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집행된다면 상대국들이 반발해 WTO에 제소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상대국들이 미국과 동일한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이것은 미국이 강조하는 자유무역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전체에 아무런 이익을 가져오지 못할게 분명하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행정부내에서도 이 법안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는 점을 활용,법안 철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본 EU 등과 공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우리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특히 높은 만큼 정부와 민간이 서로 긴밀히 협조해 수입규제 우려가 있는 품목을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