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문동에 사는 정유정씨(30).

지난달 결혼한 새댁 정씨는 요즘 시부모님들로부터 알뜰하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정씨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장 싼 곳을 골라 구매한다.

그의 알뜰살림법은 간단하다.

바로 인터넷의 활용이다.

정씨는 쇼핑몰사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싸게 파는 곳을 찾아내거나 소비자가 희망가격을 제시하고 공급자들이 여기에 맞춰 상품을 공급하는 역경매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는 이미 결혼전부터 역경매사이트로 큰 재미를 봤다.

지난 6월 예쓰월드(www.yess.co.kr)라는 역경매사이트에서 TV(29인치) 냉장고(4백20ℓ) 세탁기(10kg)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전화기 VTR 등 혼수가전을 2백10만원에 패키지로 구입했다.

그는 "싸다는 할인점이나 양판점보다 20%,일반 대리점보다는 40%이상 싸게 산 것 같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유통혁명을 주도하면서 소비행태의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바구니 들고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들고 오는 쇼핑방식 대신 PC앞에 앉아 ''클릭'' 몇번으로 물건 값을 치르며 배달까지 받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보통신진흥협회는 올해 국내 B2C(기업과 소비자간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가 1조1천3백98억원으로 지난해 2천4백64억원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유통시장 구조에도 일대 변혁이 일고 있다.

가격결정 유통채널 제품생산 등 모든 분야에서 종전의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공급자)과 소비자(수요자)간 관계의 ''역전(逆轉)''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상품을 생산하고 가격을 매겨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그 값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맞다고 생각할때 구매했다.

공급자 중심의 유통구조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역경매 공동구매 등으로 대표되는 C2B(개인과 기업간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그 관계가 뒤바뀌고 있다.

우선 상품의 가격결정권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역경매나 공동구매사이트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과 가격을 올려놓으면 기업들이 거기에 맞춰 상품을 공급한다.

소비자가 정해놓은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제품생산에도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생산자와 소비자간 상호작용을 통해서다.

태평양이 지난해말 내놓은 ''이니스프리''는 소비자들과 함께 탄생시킨 화장품이다.

이 회사는 제품 개발전 2개월간 사이버화장품연구소를 개설,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수해 제품기획단계부터 개발 마케팅 등에 적극 반영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