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독주체제가 막을 내리는가"

패션업계에서 롯데백화점의 위상이 급추락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10여년동안 매출이나 규모면에서 "부동의 1위"자리를 고수하며 입점업체에 강력한 파워를 행사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삼성플라자 등 경쟁업체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미 몇몇 코너에서는 큰 격차로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타임""마인""구호"처럼 롯데 본점보다 경쟁 백화점에서 훨씬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패션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는 등 롯데의 자존심에 금이 가고 있다.

의류업체 관계자들은 "불과 1~2년전만해도 입점 희망 0순위는 무조건 롯데백화점이었고 현대,갤러리아 등은 차선책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각 점포의 매장 조건을 신중히 저울질하거나 오히려 영업하기 수월한 다른 백화점쪽을 우선시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다는게 패션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산 여성복을 대표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타임의 경우 지난달 현대백화점 본점과 갤러리아 압구정점에서 똑같이 2억6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롯데 본점과 잠실점은 각각 2억3천8백만원과 1억7천만원에 그쳤다.

올 봄에 나온 신규 브랜드 구호는 갤러리아 압구정점서 1억5천3백만원어치를 판매한데 반해 롯데는 그 절반인 8천3백만원에 불과해 한때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마인의 매장별 판매 순위도 갤러리아 현대무역센타점 현대본점 롯데본점 순으로 집계됐으며 이밖에 "오브제""미샤""데코" 등 일급 브랜드 역시 현대와 갤러리아의 매출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처럼 매출면에서 경쟁 백화점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의류업계에서는 "이전처럼 롯데에 일방적으로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판매결과가 비슷하게 나온다면 입점 수수료도 2~3%포인트 낮고 매장도 더 넓게 주겠다는 다른 백화점쪽에 마음이 기운다는 것이다.

여성복 D브랜드의 영업담당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현대백화점이나 삼성플라자 갤러리아 등이 최근 몇차례의 리뉴얼을 통해 고급 점포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한 것과 달리 롯데는 여전히 외형과 시장점유율 제일주의의 안일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특히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는 롯데측의 매출 신장을 위한 "밀어내기""찍어내기"식의 영업 관행이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공공연히 토로하고 있기도 하다.

즉 하루가 멀다하고 벌여야하는 기획상품전과 재고매장 등의 행사가 결국 업체와 고객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청량리 부평 일산 분당 대전 등지에 낸 롯데 지역 점포들의 부진도 "영원한 1위 롯데"에 제동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본점만 바라보고 기존의 입점 관행(본점에 들어오는 대가로 비인기지역 점포에 입점토록하는 일종의 끼워팔기)을 따르기에는 롯데 지역점들의 판매가 너무 부진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전체적인 효율을 따지면 경쟁 백화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쪽이 낫다는 견해가 우세해지고 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