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을 맞는 연말이 성큼 다가오면서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가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 오류로 자칫 단전.단수및 가스공급 중단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이에맞춰 각종 생필품을 묶어 Y2K 비상식량으로 판매하는
Y2K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상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아니면
구입할 필요가 없을지 좀처럼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혼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쏟아지는 Y2K상품들 =국내 유통업계중 가장 발빠르게 Y2K를 상술에
활용한 업체는 한화유통.

3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달 25일부터 4인 가족용 생필품 세트의 판매에
들어갔다.

쌀 라면 생수 참치 햄 초코파이 햇반 등 비상식량과 부탄가스 양초 성냥
등으로 구성됐으며 10일치인 "가족안심형"이 8만~9만원, 15일치인
"행복 2000형"이 12만~13만원선이다.

제일제당도 15일 햇반등 자사의 즉석식품을 패키지로 엮은 "뉴 밀레니엄
OK 세트"를 출시했다.

가격은 1999년에 맞춰 1만9천9백원으로 책정했다.

또 할인점인 롯데 마그넷은 17일부터 비상식량을 한데 모은 "Y2K 대비
코너"를 마련키로 했으며 해태수퍼마켓도 22일부터 패키지 판매전을
시작한다.

E마트도 최근 라면 생수 부탄가스의 물량을 20% 가량 늘였다.

<>얼마나 팔리나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판매 증가세가 눈에 띄지 않고
있으나 연말이 다가올수록 찾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유통의 경우 시판 2주동안 4백세트를 파는데 그쳤으나 지난 주에는
한주 동안에만 6백세트를 팔았다.

한화유통은 이런 추세라면 당초 목표인 5천세트를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일제당의 햇반도 최근 하루평균 판매량이 5만2천개로 평소 4만개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아파트등 부녀회 활동이 왕성한 지역의 매출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E마트 분당점의 경우 주변 아파트 부녀회들이 마련한 Y2K강의가 있은후
판매가 부쩍 늘었다.

E마트 분당점 관계자는 "휴대용 가스렌지등 나들이용품은 여름이후에는
판매가 저조하나 최근 추세는 여름철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며 "특히 라면
생수 부탄가스등을 사가는 노인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꼭 사야 하나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비상식량이 필요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해 두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제품이 생필품으로 이뤄진 만큼 Y2K문제로 쓸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정에 비치해 놓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의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70%가 연말에
7~18일치의 비상식량을 마련할 의사를 갖고 있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비상세트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 윤성민 기자 smy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