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은 한 여배우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그녀는 피란길에서 포탄파편에 맞아 손가락 하나를 잃고 말았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오직 한 가지 물질에 미쳐 외로운 길을 걸어
왔다.

"세리온"이란 화두를 안고서.

효창쎄리온의 하상남(73) 사장.

70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탄력적인 피부와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원로 여성 경영인이다.

그 비결은 바로 "세리온"이란 물질에 있다.

세리온을 원료로 한 비누 크림 및 그 분말을 사용한 덕분이란다.

세리온에 매달려온지 45년.

그녀는 이제서야 빛을 보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일본 테크노 후도르레이팅사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효창쎄리온을 찾았다.

2년간 "세리온 비누"를 직접 써본 후 확신을 갖고 구매차 왔던 것.

이들은 올해 세리온 비누 15만개, 내년에는 월 40만개 이상을 사가기로
효창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부터 하고 공장을 실사할 정도로 제품에 매료됐다고 한다.

첫 수출 물량은 8월 선적된다.

합작사를 세워 세리온을 원료로 한 화장품 및 의약품을 만들자는 제의도
이들로부터 받은 상태다.

세리온 제품의 개발역사는 해방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의학부를 다니던 그는 화학비누가 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인체에 유익한 무공해 비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40년대 후반 김진규 허장강씨 등과 콤비를 이룰 정도의 명배우로서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쓴 점도 개발의욕을 북돋웠다.

마침 남편 이효창(78)씨(효창쎄리온 회장)도 40년대 당시 제약회사에서
기술자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두사람은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들은 헌 책방을 뒤지며 의학 광물학 서적들을 구해 연구했다.

하 사장 자신이 직접 사용해 독성시험을 했고 고양이 등 동물실험도 수없이
반복했다.

하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폭탄파편을 맞아 손이 절단됐고 대충 이어
붙였으나 뻣뻣하고 핏기가 돌지 않자 더욱 광물질 효능 연구에 빠졌던
것이다.

부부 발명가는 84년 여러가지 광물질을 합성해 세리온이란 신물질을 개발
하는데 성공했다.

이 물질을 이용해 90년 비누를 개발했고 92년 독일국제발명전에 출품,
화장비누의 제조방법을 평가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세리온 비누는 독성이 없고 피부미용 효과가 뛰어나며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연구기관 시험결과 밝혀졌다.

또 정혈.해독작용을 하고 피부세포에 영양을 주면서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담보로 개발비를 빌려 써 집을 세번이나 날리고 수차례의 부도 위기를
겪은 후 얻은 값진 결과였다.

한국선수로서 동계올림픽에 최초로 참가했고 40년대 세계 및 국내 빙상대회
에서 1,2위를 차지했던 이 회장.

명배우들과 "자유만세" "처녀별" 등 히트작을 낸 왕년 은막의 스타 하 사장.

이들 부부는 세리온으로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다.

(02)794-7660

< 문병환 기자 m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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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포인트 ]

1)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45년간 한 품목에 전념해 오는 동안 주위에서는 허황된 실험을 거듭한다며
비난 시기하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부부 발명가는 신념과 확신이 있었기에 흔들림 없이 연구개발에
진력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써 본 사람들에 의해 입으로 전해지면서 제품이 알려졌다.

특히 효험을 본 상당수 외국인들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와 큰 힘이 됐다.

2)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세리온의 효능이 입증됐음에도 국내 의학계에선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제박람회에 적극 참가해 평가받는 방법을 택했다.

92년 독일 뉘른베르크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들어오자 국내 언론들이 보도해 많은 홍보가 됐다.

97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효능을 입증했다.

3) 후진을 양성하고 사회에 공헌한다

하 사장은 지난 95년 여성발명가협회장을 지냈고 현재 사단법인
한국어머니과학발명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어머니들의 숨은 아이디어와 잠재능력을 계발하는데 힘쓰고 있다.

후배 발명인들이 아이디어 및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길을 터 주기도
하고 협회 차원에서 실직자돕기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하 사장 곁에 늘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