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노조원들이 속속 작업현장에 복귀하고 국내 최대 단위노조인
한국통신 노조가 26일로 예정했던 전면파업을 유보함에 따라 긴박했던 노.
정간 극한 대치상황이 한 고비를 넘기게 된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특히 서울지하철 노조와 함께 민주노총 파업투쟁의 선봉을 맡기로
했던 한국통신 노조가 파업을 유보한 것은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확산을 막는
결정적 계기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서울지하철과 한국통신을 양대 축으로 하여 "5월 총파업
투쟁"에 불을 붙이겠다는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지만 민노총이 앞으로
조합원들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는 신뢰받는 노동단체로 성장하려면 이번
한통의 파업유보결정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강경투쟁은 노조원들의 지지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당초 한통 노조원들의 파업찬성률은
70%를 상회했지만 서울지하철 파업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최근에는
파업자제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파업유보로 결말이
난 것은 민노총 및 한통노조 지도부가 일반 조합원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채 파업 일정을 무리하게 강요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강경파들의 갖은 위협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의 직장
복귀율이 55%에 이른 서울지하철 파업사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교훈이다.

조합원들의 뜻이 이처럼 파업자제 쪽으로 기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노총
지도부가 아직도 강경투쟁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민노총은 주로 대우 현대 계열의 구조조정 관련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업을
강행하고 실업자와 대학생 등이 참여하는 거리집회를 계속하면서 오는 5월1일
대규모 노동절 집회로 투쟁열기를 고조시킨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물론 노조원들의 참여도가 낮아 "노동대란"까지는 가지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화염병이 난무하는 불법 폭력시위가 한국의 대외신인도와
경제회복에 미치는 충격은 작지않을 것이다. 특히 노조원의 자유로운 직장
복귀를 막는 규찰대의 행위나 한총련의 폭력 노.학연대 투쟁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직 미복귀자에 대한 처리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번 지하철 파업사태가
사실상 종결된데는 불편을 참고 견뎌준 시민들의 성숙된 의식과 유혈사태
없이 농성자들의 자진해산을 유도한 경찰당국의 세련된 대응방식이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하철의 정상운행과 한통의 파업유보로 일단 한숨을 돌린 표정이지
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 한통의 노사협상에서 극한 상황
을 피하기 위해 노사가 보여준 끈질긴 타협정신을 거울로 삼아 다가오는
"노동절 위기"도 신속하고 원만하게 수습하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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