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디자인은 80년대 후반 컴퓨터 보급의 확산과 함께 상업화에 시동이
걸렸다.

컴퓨터를 통한 서체디자인 작업은 냉정히 따지면 국내에선 10년 역사밖에
안되는 셈이다.

그러나 디자인 분야의 새로운 영역으로, 또 새로운 직종으로 주목받으면서
세대구분의 필요성이 생겼다.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컴퓨터 확산기 이전부터 서체디자인에 매달려
왔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로 학문적 연구에 중점을 두거나 서체디자인전문업체를 창업한 사람들
이다.

올 4월 작고한 고 김진평 서울여대 교수를 비롯 안상수 교수(홍익대),
윤영기 소장(윤디자인연구소), 한재준 교수(대유공전), 석금호 대표
(산돌글자은행) 등을 꼽을 수 있다.

2세대는 지금 국내 서체디자인의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들이다.

서체디자인 전문업체의 디자인실 폰트실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보조원을 제외하고 직업으로서 직접 서체를 만들고 있는 이는 현재
약 1백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양시스템의 도희옥(33) 팀장, 소프트매직의 홍기익(37) 부장,
산돌글자은행의 이경배(35) 폰트개발실장 등이 대표주자로 꼽을수 있다.

한양시스템의 도희옥 서체디자인팀장은 행정학과 출신의 서체디자이너.

회사가 문을 연지 1년 뒤인 91년에 입사했다.

지난해 내놓은 "부활"은 실험성이 높다는 평을 받았다.

삼성전자 사내신문에 사용되는 "수평선"도 그녀의 작품이다.

요즘은 구매욕을 돋우는 광고용 활자에 사용될 서체를 만들고 있다.

소프트매직 홍기익 서체기술영업담당부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서체디자이너는
아니다.

그러나 서체제작을 아웃소싱하는 소프트매직의 기획담당으로서 서체구매를
맡고 있어 넓게 보면 같은 일은 하는 셈이다.

유행할 서체와 창의력이 돋보이는 서체를 고르는 눈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밖에 서울시스템 윤광용 실장과 산돌글자은행의 이경배실장도 나름대로의
일가를 이룬 대가로 꼽힌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