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항간에서 복합불황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합불황이란 90년대초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경제의 양대 부문인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동시에 어려움에 빠져 그 파장이 장기화 심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우리경제가 실물부문에서 기업경영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고,
금융기관들도 자금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경영난이 가중되자
우리나라에도 복합불황이 발생할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95년 하반기 이후 국내경제는 대내외 여건,그리고 장단기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침체가 심화되었으며,이 여파로 기업경영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과거 망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던 대기업들까지도 부도로
쓰러지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원감축 조직정비를 비롯한 감량경영과 생산성향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토지나 건물 유가증권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만일 현 경제의 어려움이 가까운 시일에 개선되지 않고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면 한계기업이나 재벌들은 자구노력을 위하여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며, 이렇게 되면 자산가격의 하락을 예상한 일반인들의
투기적 자산매각도 급증하여 소위 거품붕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물경제의 악화는 금융기관의 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함은 물론 담보로 확보한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실채권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만일 앞으로 경제의 어려움이 더욱 심화되어 자산가격 하락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규모가 더욱 커지고
이에 견디지 못하는 금융기관들은 그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경영실적은 최근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은행의 건전성과 미래의 위험에 대처할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자기자본 비율이 지난94년까지는 10%를 넘었으나 95년 9.3%, 96년 9.1%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은행의 자기자본 이익률도 90년대 이후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흡수할수 있는 은행들의 능력이
그만큼 작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 종금사 등 금융기관들은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극히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몇몇 상위 재벌이 아니면 대출을 꺼리거나 어음할인도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실채권의 확대를 막고 경영의 안정을 기하려는
금융기관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시중에 자금이 고갈되면 한계기업은 물론이고 경영실적이 양호안
기업들마저 자금난 때문에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이것이 금융기관의
어려움을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대외적으로는 동남아 외환위기가 발생하여 국제투자가들이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발생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기아사태로 실물경제의 회오리가 증폭되고
시중은행들의 경영이 극히 어려워지자 이를 본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도를 하향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이나 기업들의 외화차입이 어려워지고 원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확대되는 등 사태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업 금융기관 정부는 복합불황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제를 조속히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부채의존형의 경영을 지양하며, 시장성이 없는 분야로의 무모한
사업다각화를 자제하고,대신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관치금융이 사라진 현재 금융기관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경영을 해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으므로 위험관리
기법을 더욱 향상시키는 한편 스스로의 체질개선과 감량경영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시장의 완전개방에 대비하여 외국금융기관과 경쟁할수
있는 능력배양에도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자금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와 여건을 개선하며, 필요할
경우 상황이 어려워진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자금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경제 전체에 대한 대내외적인 신뢰감을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