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가 발명의 어머니인 셈입니다"

철도안전시스템발명가란 별명을 가진 샬롬엔지니어링 김봉탁 사장은
기관사의 실수로 인한 대형사고를 방지하는 장치들만을 개발해왔다.

지금까지 10여년간 이분야만 외길로 달려온 결과 특허 16건, 실용신안
15건, 의장등록 11건, 프로그램등록 20건을 보유한데다 현재 출원된 것만도
30여건.

매년 매출액의 20~30%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결과다.

그 덕택에 지난 94년만해도 20억원수준이던 매출은 올해 1백억원을
목표로 할만큼 성장했다.

철도청에서 일하던 친구들로부터 철도사고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안전장치에 관심을 갖게돼 사업을 시작한 김사장은 창업때인 86년부터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그때 김사장은 철도기관사가 졸음이나 악천후등 갑작스런 돌발상황등으로
선행열차와 추돌위험이 발생했을때 열차를 자동정지시키는 ATS차상장치
국산화에 성공했다.

"자본도 후원자도 없었던 시절인지라 "분명히 성공한다"는 신념만 갖고
매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발을 해놓고도 열차를 상대로 실험을 해볼 시설도 자금도 없었다.

할수없이 달리는 경부선철도에 올라타 시스템을 장착하고 점검하는 식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밤기차를 탔기 때문에 동이 터오는 새벽녘에야
부산에 도착하곤 했다.

그러던 차에 기회가 다가왔다.

때마침 철도청이 당시까지 일본에서 전량 수입 사용해오던 후진적인
국철용 ATS차상장치를 교체하기 위해 입찰을 실시한 것.

당시 직원 6명의 손바닥만한 이 회사는 입찰에 참여, 전문기업들을 제치고
5억원짜리 대규모 수주에 마침내 성공한다.

김사장의 치밀한 철로분석과 완벽한 안전장치에 철도청관계자들이 손을
들어주고만 것이다.

납품에 성공한뒤 다시 도전에 나선 것은 하루운행을 끝낸 열차를
자동점검해주는 열차자동검사장치(ATTS).

열차와 기지의 중앙컴퓨터를 케이블로 연결, 주행조건하에서 각종 검사를
자동으로 실행하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제어시스템까지 개발, 지난해
ISO인증까지 마쳤다.

게다가 ATS의 이상유무를 자동감시하는 인공지능형 ATS차상장치를
개발하는등 속속 신개발이 이어졌다.

그런 김사장에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무살도 채안된 나이에 전자키사업을 벌이다 큰 실패를 한후 한동안
특허와 담을 쌓고 지낸적도 있고 91년에는 ATC/ATS겸용 차상장치를 개발,
국산신기술제품으로 인정받아 놓고도 결국 제품화하지 못한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또 사업을 하면서 단돈 5백만원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찾아다니며
기술신용을 하소연하던 때도 있었다.

이같은 좌절과 역경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던 것은 개발과 특허가
곧 국력을 키우는 관건이란 사명감때문이다.

요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샬롬의 왕성한 신기술개발추진의
이면에는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려는 그의 기독교적 직업관도
한몫 톡톡히 하고있다.

이때문에 김사장 자신을 포함해 전사원이 독실한 신자일뿐 아니라
회사이름도 히브리어로 평화 안녕을 뜻하는 "샬롬"이다.

김사장의 요즘 관심은 경부고속철의 안전시스템개발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안전시스템업체 CST사와 공동개발권을 따낸후 김사장은
오늘도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