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제작의 일원화해제 방식을 놓고 한국중공업과 재계 한국전력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논쟁의 초점은 <>내년 1월부터 발전설비제작을 일시에 해제하느냐와
<>업계의 실정을 감안해 부분해제하느냐로 집약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발전설비제작 일원화방침을 밝혔는데도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것은 민간기업의 발전사업 "참여시점" 못지않게 "사업영역"이 중요
하기때문.

지난 92년7월 산업정책심의회가 의결한 "한중의 발전설비 일원화"의 효력
(효력기간 3년)이 6월말로 끝난다.

산정심의 효력만료도 이런 논쟁의 불을 댕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내세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등은 "민간기업의 발전
설비사업 참여를 즉시 허용해야할뿐만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해제해줄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젠 한국전력 발전설비를 한중에만 줄 명분이 사라졌다는게 재계의 주장
이다.

이들 기업은 한전발전설비 물량을 한중에 독점적으로 맡겨온 가장 큰
목적이 "한중의 경영정상화"였다면서 "발전설비업체의 경험축적과 경쟁력
향상을 유도하기위해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를 조기에 해제해야한다"고 주장
한다.

재계는 "정부가 내년초로 잡힌 발전설비 일원화해제 시기를 고집할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하고 "민간기업의 참여가 늦어질수록 발전설비분야 기술개발
에 차질이 불가피할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발전설비의 유일한 발주처인 한전은 한중으로 발전설비공급을
일원화하는 바람에 적정가격구매에 애로를 겪고 납기지연 기술개발소홀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전마저 민간기업의 발전설비 참여를 가능한한 빨리 허용해줄것을 정부
당국에 건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은 "발전설비제작의 일원화 정책을 일시에 푸느냐 단계적으로 푸느냐
는 정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전제하고 이런 의견(조기해제)을 제시하고 있다.

보조설비는 당장 풀어도 문제가 없다는게 한전측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한중은 "중복투자와 기술개발지연등의 부작용을 방지할 대책이
마련돼야한다"며 "보조설비에서 기전설치공사 수화력주기기 등 단계적으로
해제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재계의 의견 =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한라중공업등은
이달말을 기점으로 발전설비의 한중일원화 명분이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발전설비 일원화 목적인 한중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졌고 산업정책심의회
결정도 효력이 만료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한중민영화에 앞서 일원화해제에 관심을 갖는것은 97년
발전설비시장의 개방에 대비, 경험을 축적하고 기술개발의 충분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논리다.

96년부터 민간기업의 발전설비 참여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실적이
전무한 96~98년에는 한중의 일원화가 계속되는 셈이라는것.

따라서 실제 설계와 제작등에 드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3~4년간의 "한중
특혜"가 계속된다면서 "이같은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업계는 주장
한다.

그러나 재계는 한중의 발전설비 일원화를 "조기에 일시해제"하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이 문제를 "아무리 두들겨도 열리지 않는 문"또는 "성역"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발전설비제작 일원화 해제의 당위성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막연한 이유를 내세워 10년이상
일원화를 해제하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재계는 "국내 발전설비시장을 개방하기 이전에 민간기업에 발전설비분야의
실적을 쌓도록 장려해야할 판에 정부가 한중을 계속 보호하고 있다"며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를 이해할수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 한중의 의견 = 발전설비제작을 위한 전용설비(1조원)및 기술개발투자
(7백억~8백억원)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면서 발전설비 일원화의 해제는
곧 중복투자를 초래할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해제시기를 가능한한 늦추고 해제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자발전참여 업체가 4개사 이상일때 현재 한중이 보유한 기술인력
(설계분야 7백여명, 사업관리 2백명)이 분산돼 기술축적 기회를 잃게 되고
건설중인 발전소의 공기지연이 불가피하다고 한중은 밝히고 있다.

한중은 각 업체마다 다른 모델의 발전소를 건설하게 되면 기술습득이
곤란할뿐만아니라 기자재의 국내 제작능력이 떨어져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대폭 증대될것으로 전망한다.

한중은 또 지금까지 발전설비관련 부품업체가 1천5백개사이고 이중 3백
20개사는 전문계열업체라면서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가 해제될때 이들 계열
협력업체의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도입의 난립도 막을수 없다는 의견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라중공업 대우중공업등 발전설비 관련업체들이
중복적으로 기술을 도입,기술료를 2중3중으로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할것이라
고 말하고 있다.

한중 관계자는 "발전설비일원화 해제시기를 가능한 늦춰야 한다"고 밝히고
"해제한다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을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할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발전설비 일원화"해제 초기에는 보조설비에 국한하고 기전설치공사
수화력주기기등 단계적으로 풀고 원자력 주기기부분은 일원화조치를 계속
유지, 품질의 안정과 기술개발을 도모해야한다고 한중은 주장하고 있다.

<> 한국전력의 의견 = 한전은 지난 87년3월 산업합리화기준이 제정된
이후 발전설비를 한중과 수의계약하는 바람에 일부 발전설비 발주때 적정
가격구매 및 납기지연등의 부작용이 뒤따랐다고 밝히고 있다.

한중의 경영상태가 호전된것도 과거 10여년간 한중을 집중 지원, 제작
경험이 쌓이고 설계능력이 향상된데 따른것이라고 한전측은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산업합리화기준 폐지시기를 정부안(96년1월)보다 앞당기되 올연말
까지 민간기업의 경험축적을 유도할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점에 관해 민간기업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준비기간이 길수록 민간기업의 설비투자및 기술제휴 고급인력확보 등으로
경쟁력을 지닐수 있고 이런 기반이 다져져야 민간기업이 주계약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것.

한전측은 한중의 경영정상화가 가시화되자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합리화 기준개정건의서"를 정부당국에 제출했다.

한전은 이 건의서에 발전설비제작 일원화가 조기 해제될때 얻게 될 구매
비용절감예상액및 국내 업계의 발전설비 제작수준 검토서 등을 포함시켰다.

< 김영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