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긴자에서 전철로 4정거장을 가면 호국사전철역이 나온다.

이 역앞에 오래된 하얀건물이 하나 있다.

일본만화산업의 본거지인 코단샤의 사옥이다.

1909년 설립된 이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9백10억엔(1조5천2백억원).

이중 70%가 만화잡지등 애니메이션분야에서 벌었다.

지난 59년 주간잡지 "소년매거진"을 창간, 세계에 일본 애니메이션선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 잡지의 주인공들은 TV만화나 만화영화로 진출, 희대의 히어로가 된다.

"아톰" "타이거마스크" "요술공주 샐리" "허리케인 조"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최근에는 "아키라" "세라문"시리즈를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이 일본만화의 대표주자도 멀티미디어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멀티미디어사업국을 신설, 애니메이션전자출판에 손을 댔다.

멀티미디어사업국은 어린이프로그램을 만드는 영상제1제작부, 청년
애니메이션프로를 위한 영상제2제작부, 전자출판부, CATV사업부, 판권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는 소년소녀용 만화잡지의 인기작을 애니메이션전문제작사에서
만화영화로 만들어 TV나 극장을 통해 방영했습니다. 원작사는 캐릭터나
저작료수입등에서 손해를 많이 봤지요.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아 서적출판외에
영상소프트를 만들 필요를 통감하고 있습니다"

코단샤의 멀티미디어사업국 전자출판부장 츠츠이 마코토씨의 얘기이다.

코단샤 전자출판부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미즈키시씨
의 오바케시리즈를 CD-ROM에 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각 시리즈에 등장하는 요괴를 특성에 따라 분류, 보는 사람이 특정한 요괴
를 찾으면 특징을 설명하고 동작까지 보여준다.

일본의 요괴 6백50종을 비롯 전세계 1천4백종의 요괴를 소개하는 작업이다.

"95년 내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작업이 끝나면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을 확신합니다"

마코토씨는 그동안 "소년매거진"에 실린 주인공을 모은 타이틀을 내기도
했다며 요괴시리즈와 함께 2차대전후 전범처리문제를 다룬 논픽션물
"동경재판"도 계획중이라고 전한다.

코단샤측은 또 출판사답게 멀티미디어게임지도 낸다.

멀티미디어를 위한 애니메이션제작에 뛰어드는 것은 비단 출판사뿐만
아니다.

영화사와 게임사도 애니메이션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애니메이션영화의 대표주자 월트 디즈니사도 일본의 게임메이커 세가사와
손잡고 최근 인기만화영화 알라딘을 CD-ROM타이틀로 만들었다.

만화제작을 담당한 디즈니스튜디오가 거든 것은 물론이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음악은 영화와 같지만 보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전개와
구성은 달라진다.

영화처럼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주인공의 동작을 조작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수십가지의 서로 다른
시나리오가 탄생되도록 하는 셈이다.

애니메이션캐릭터들은 멀티미디어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의 게임소프트메이커나 멀티미디어관련업체들이 캐릭터를 찾으러
일본업체를 방문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애니메이션시장규모는 35억달러.

미국의 경우 "미녀와야수"의 비디오테이프판매량은 2천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알라딘" "환타지아"등도 1천만개 이상 팔렸다.

일본의 인기애니메이션 "셀라문"의 캐릭터상품 판매고는 1천억엔에 달하고
있다.

일본의 인기영화 베스트10중 4가지가 애니메이션영화다.

멀티미디어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애니메이션타이틀 제작을 위해
영화사와 출판사등 관련기업들은 백방으로 노력중이다.

타이틀제작을 위한 기술은 거의 완벽한 상태다.

어떤 환상적인 장면의 처리도 가능하다.

2차원(2D)이 아닌 3차원(3D)세계까지 표현해 낸다.

실리콘그래픽스도 등장한다.

화면이 입체로 보이는 애니메이션영화도 나오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멀티미디어소프트의 장래를 좌우할 중요요소임은 이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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