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공산주의에서 벗어나는
댓가가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러시아로 돌아간 작가 솔제니친이 고국의 실상을 보고 한 첫말
이였다. 그의 예상대로 러시아는 현재 중병을 앓고 있다.

급진적 개혁을 외치며 집권한 보리스 엘친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지나도록
경제는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으며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재정이 바닥남에 따라 국가의 행정이 마비되고 있다. 석유산업이나 TV
네트워크, 국내 항공편이 제대로 운용되자 못하고 있다.

급기야 엘친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총체적 위기에 빠진 경제난국을 타개
하기 위해 일련의 포고령을 발표, 극약처방을 단행했다.

그 내용은 생산과 수출을 촉진하고 국가수입의 확대를 위해 세제를 개혁
하는 것이 주요골자다. 그렇지않고는 러시아경제는 회생할 길이 없다는
위기감이 감돌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상황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생산, 투자 및 세수의 급격한 축소로 사회적 폭동을 유발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92년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 이후 산업의 생산성이
계속 하강곡선을 그려왔으며 지난 1.4분기생산성은 전년동기대비 25.4%의
급락현상을 보였다.

최근 정부일각과 경제전문기관등은 올해말께 전체인구의 15%에 달하는
약1천만명이 실업자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투자역시 지난해에
비해 엄청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지난1.4분기 투자액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국가투자를 포함해 총액이
지난해보다 28%감소한 12조루블(70억달러)밖에 되지않고 있다. 외국자본의
유입도 1.4분기중 1억8천만달러에 불과했다.

러시아경제는 이처럼 총체적 후퇴를 거듭하고 있지만 다소간 발전하는
분야도 있다. 특히 민간부문의 약진은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까지 확대되고 있어 러시아경제에 한줄기 희망을 비춰주고 있다.

유통부문은 거의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중소규모의 개인
기업들과 민간 상업은행들이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고있는등 기대이상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서방선진국들의 도박"이란 우려를 감수
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해 15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키로 결정했던 것은 러시아
의 경제상황을 그래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물론 서방측의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또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끊임없는 정치적 투쟁속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러시아 정부로 하여금 계속적으로 경제개혁에 몰두하도록 묶어
두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정부도 IMF의 차관을 얻는 조건으로 인플레억제와 긴축정책을
약속했다. 물가상승율을 올 연말까지 7%이내로 억제하고 금년재정적자를
예산안상의 63조루블(약3백50억달러)에서 53조8천억루블(3백4억달러)내로
줄인다고 약속했다.

물가의 경우 작년에 월평균 20%를 나타냈던 상승률이 올1월에는 22%를
기록,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2월부터 10%내로 뚝 떨어지고 3월에는
8.7%를 보이면서 한자리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월 의회에서 체르노미르딘총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소기업의
80%가 매각을 마쳤고 1만4천여개의 중대기업이 주식매각을 진행중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의 편린들로는 중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경제를
근본적으로 일으켜 세우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러시아정부는 IMF와
재정적자폭의 축소를 약속했지만 정부지출확대를 요구하는 군부 의회
농민들의 저항을 이겨낼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할수 있다.

또 루블화자체의 불안정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루블화는 1년사이에
미달러화에 대해 3배가까이 수직하락, 현재는 달러당 2천루블선을 넘보고
있다.

러시아가 당면한 또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바로 개혁대보수의 갈등이다.
경제개혁속도로 빚어진 정치적 갈등구조는 개혁의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해
오고 있다.

극우세력의 재등장이나 과거로의 회귀는 러시아는 물론 서방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안겨다 줄것이기 때문이다.

옐친의 포고령은 바로 이를 타개하기위한 극약처방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관료조직의 효율적 운용과 관세체계나
재정시스템등 경제구조에 대한 전반적 개편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라는 것이
러시아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