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초까지만 해도 55만명에 지나지 않던 일본 기업의 정년전 퇴직자 수가
올 3.4분기에는 3백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기업들은 불황이
장기화되자 전에없는 인력감축압력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조기퇴직자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의 유력 경제전문 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최근호에서 일본 기업들의 정년전 퇴직자들이 점차
늘어남으로써 경제 전반에 걸친 고용구조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비스업종의 육성을 통해 이들을 재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EC호가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읍니다. 승무원 모두에게 다른 배로
옮겨탈수 있는 선택권을 드립니다. 배를 옮겨 탈수 있도록 적극
도와드리겠습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배가 침몰하기 직전 선장이
승무원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와도 같은 이 전문은 다름아닌 일본의 유명
컴퓨터회사인 DEC사가 지난8월8일 사장명의로 각 사원들에게 발송한
전자메일의 일부이다. 이때 모집신청기한은 11월1일까지였으며 모집인원은
약 2백명이었다.

DEC사는 이후 두 차례 더 전자메일을 발송해 퇴직자수를 5백명으로
늘렸으며 결국에는 신청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희망퇴직자를 결정해야
했다. 퇴직금외에 퇴직위로금등 목돈을 일시불로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희망자들이 몰려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DEC사가 이번에 30세
전반의 소프트웨어기술자에게 지급한 액수는 1인당 7백만엔이 넘는다.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약5천3백만원 가량된다.

DEC외에도 올해들어 희망퇴직자를 모집했거나 모집예정인 회사는
약20여개에 이른다. NTT(일본전신전화)의 경우 지난 10월에 이어 내년
4월과 10월에 각각 희망퇴직자를 모집할 예정이아. 대상은 40~57세 또는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이다. 우대내용은 퇴직시 퇴직금외에 기본급의
12개월분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밖에 일본IBM과 충전기,일본유니시스,일본NCR,미놀타카메라,알프스전기,
신일본제철,신일본증권,일본항공등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희망퇴직과 비슷한 조기퇴직은 주로 종합상사들이 실시하고 있다.
희망퇴직이 인원감축을 통한 기업체질의 경량화에 목적이 있는데 비해
조기퇴직은 사원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토록 한다는데 주목적이 있다.

미쓰비시상사의 경우 "준정년퇴직제도"는 50세이상 60세미만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며 50~55세의 직원이 조기퇴직할 경우 퇴직시 연봉의65%,
55~60세의 경우 퇴직시 연봉의 48.75%를 지급한다.

마루베니는 지난4월부터 퇴직금등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있으며 지급액은
1천5백만엔을 상회한다. 스미토모상사는 지난 10월 종전까지 퇴직시 연봉의
10~30%를 지급해 오던 연령별 퇴직보전금을 15~50%로 상향조정했다. 또
미쓰비시상사는 앞으로 1년간의 유급퇴직준비기간을 도입할 계획이다.

미쓰비시가 지난 86년 조기정년퇴직제도를 도입한 이래 8백40명에 달하는
정년퇴직자 가운데 60%가 넘는 5백20명 가량이 조기퇴직자들이다.

문제는 이처럼 정년전에 퇴직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로 보면 고용구조의 큰
괴리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퇴직자들의 경우 당초의 희망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란 대단히
어럽다.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무역이나 인사 노무직종은 일자리가
거의 없다. 영업이나 판매 경리 재무등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지만
일자리가 있다해도구인기업들이 제시하는 급여액이 구직자가 희망하는
액수와 차이가 크고 요구하는 업무량이 과중하다. 일부 기업들은 관리는
물론 자금조달과 영업에서 경리및 세무신고업무에 이르기까지 각종의
다양한 기능을 요구한다. 결국 유휴인력이 많아짐으로써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어느정도 정착단계에 들어선 종합상사들의 조기퇴직제도 역시 앞으로
경기가계속 부진할 경우에는 일종의 강압적인 성격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일본경제의 구조조정을 통해 서비스산업을 육성
발전시킴으로써 제조업부문의 과잉인력을 흡수해야 한다. 전후
일본경제정책은 제조업분야에 치중해 왔지만 정작 앞으로의 일본경제성장을
지탱해 나갈 분야는 건강과 오락,노동,복지산업등 비제조업 분야이다.

기업은 사업계획에 따라 대량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지금까지의
인력관리방식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최적배치와 능력개발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사업구조를강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이와함께 기업들은
희망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알선해 주어야 하며 재취업이 안될 경우에 대비한
자활능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인들 역시 자신의 경력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학습과 행동계획을 수립.실천함으로써 자신의 경력을
관리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같은 개인들의 요구를 가능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강진욱기자>